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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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담보하는 내 삶의 중심이다
살다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을 때도 있다. 어린 시절 익숙한 길모퉁이를 돌아 집으로 가는 길에 뒷목이 서늘해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거나 처음 가는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언젠가 이곳에 와 봤다는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또한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런 느낌 등 이성적인 생각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해결되지 못하는 그런 일 말이다. ‘데자뷰’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순례자’나 ‘연금술사’로 기억되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새롭게 선보인 이번 작품 ‘알레프’는 바로 그런 현상을 모티브로 자신이 겪은 환생이라는 경험을 토대로 지향하는 바를 이끌어 내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작가지만 그 자기만의 세계로 세계 많은 독자들과 공감하면서 사랑받고 있다. 독특함이라는 것은 때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공감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끌림의 요소가 된다. 

코엘료의 모든 작품의 이야기 전개는 길 위에서 벌어진다. 순례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작품이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았거나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 여행자의 신분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그 길 위에서 얻은 동기부여가 자신이 찾아가는 영적인 탐험의 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일상에 묻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흐려지는 것은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새로운 순례길을 나서도록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이번 작품 알레프의 출발도 역시 여행이다. 스승 J의 강압적인 권유에 의해 시작되는 여행길에서 언제나 스스로를 갈 길을 안내하는 표식을 만나고 그에 따라 스스로의 길을 정하며 나선 길이다. 그 길이 바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이어지는 유럽에서 태평양에이 이르는 9288kM에 이르는 대장정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원죄라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역시 자신이 전생에 저질렀던 여인들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자아를 찾아가는 길에서 단절된 무엇을 경험하게 된다. 그 단절된 고리를 찾고 자신의 왕국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고자 하는 열망이 대장정의 길에 오르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길에서 운명 같은 여인을 만나 알레프를 경험하고 두 사람이 각자의 왕국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무엇을 발견하게 된다.  

“가까이에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때로는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결국 익숙해진 일상과 삶의 근거지에 있지만 자신을 가리고 있는 무엇에 의해 발견하지 못하고 한 참을 돌고 돌아 다양한 경험을 하고서야 비로써 찾았는데 그것이 내 이웃에 있었다는 옛사람들의 경험이 진실임을 알게 해주는 말로 다가온다. 코엘료 역시 자신이 찾아가는 영적인 길에서 주춤거리는 시기를 겪게 되면서 내면의 힘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9288Km에 달하는 길을 다 하고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지금 이 시간 동시에 존재한다는 그 말이 또한 삶은 열차가 달리는 레일이 아니라 그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이며 객차의 칸마다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시간은 그렇게 있는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한 우주 속을 여행하듯 각자의 생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가를 발견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 생의 이유라는 것”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의지에 의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분명하게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수많은 시행착오와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그 여정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사람을 알게 되며 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삶의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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