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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역사를 뒤집다 - 문명을 이끈 50가지 식물 ㅣ 역사를 바꾸다
빌 로스 지음, 서종기 옮김 / 예경 / 2011년 9월
평점 :
인류와 식물은 공동운명이다
생태계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바람이 있다.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늘어나고 다음세대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동식물들이 많을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내놓는 학자들이 많다. 그 원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산림훼손이나 환경파괴,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다양한 요소를 들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삶 속에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며 인간의 목숨을 살렸거나 삶의 질을 풍성하게 만들어온 동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분야가 아닌가 한다.
지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동식물의 역사는 길다. 그 긴 시간동안 사라지거나 새롭게 나타난 동식물들 또한 많았을 것이다. 자연적인 환경의 변화에 의한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의 역사와 맥을 함께해온 동식물들이 사람들의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멸종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일 것이다.
이 책 ‘식물, 역사를 뒤집다’는 인류의 역사와 맥을 함께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식물들의 역사적 기록을 살피고 인간과 식물이 어떻게 공생관계를 맺어왔는지 그 필연적인 이유를 찾아보고 있다. 저자 빌 로스(Bill Laws)는 사회사학자이자 전문적인 정원사이며 명성 있는 원예학 저술가로 활동하며 ‘예술가의 정원’, ‘들판 현장 안내서 : 풀밭, 초원 그리고 목장’ 등 다수의 책이 있다. 저자가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하는 식물로는 용설란을 시작으로 양파, 파인애플, 대나무, 차나무, 삼, 오렌지, 커피, 사프란, 마, 코카나무, 벼, 담배, 양귀비, 로부르참나무, 사탕수수, 옥수수, 장미, 포도 등 50여 가지 식물들로 인류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식물들이 주종이다.
벼를 비롯한 식물들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인간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식물들은 지역적 환경을 반영하며 식물 성장의 특성에 적합한 한정된 지역에 분포되었다. 그렇기에 그 식물이 주는 혜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지역과 사람들의 문화에 의해 다른 성질과 특성으로 관계 맺어왔다. 식물들의 이러한 상황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 바로 신대륙발견 등 인류가 다른 대륙으로 삶의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사람에 의해 인위적인 환경으로 옮겨지게 되면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까지 식물 특유의 성질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특정한 식물에 대한 지배적 권리를 가진 집단이 생겨나며 경제적 이득과 관련되어 식물의 성질까지 변화시켜가며 변종과 개량화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커피나, 차와 같은 식물들에 의해 전쟁이 일어나는 사건으로까지 확대된다. 아편전쟁이나 미국의 독립전쟁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탕수수나 고무나무, 면화 등의 재배에 노동력의 필요한 상황에서 식민지 노예 등의 노동력 착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식물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점에서 식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각을 바꿔 식물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식물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의 종족을 번식시킬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인간이 이 과정에 개입하면서 특정한 식물은 별다른 노력 없이 인간에 의해 종족을 번식시키며 우수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식물이 사과, 장미, 튤립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각 식물들의 상세한 그림과 관련 자료, 식물의 어원과 유래, 비슷한 유의 식물에 대한 설명까지 구성되어 식물의 역사뿐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사실까지 알려주고 있어 더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인류보다 긴 시간동안 지구의 주인공으로 살아왔을 다양한 식물들이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이나 작용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은 곧 인류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현실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