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집 홍신한문신서 55
장기근 지음 / 홍신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학문과 현실은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할까?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 유명하기에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이전에 이런 저런 이유로 형성된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해 때론 올바른 이해를 방해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람 ‘이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의 생애를 포함하여 그가 남긴 학문적 성과를 통해 이황이라는 사람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올바로 아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 사람에 대해 그 모든 것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관련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가 남긴 업적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은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대 학자로 기억되는 측면이 우선된다. 또한 조정에 출사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기도 한 관리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미니 품에서 자랐으며 학문에 뜻을 두었지만 출사에는 별 뜻이 없다가 살림에 도움을 얻기 위해 늦은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고 관료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직접 경험한 정치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병들어 약한 몸으로 인해 70여 차례 사직 상소를 올릴 정도로 벼슬 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학문의 연구와 저술 후학 교육에 더 많은 뜻을 두었던 사람이다. 이황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계기로는 성리학의 4단 7정에 관한 고봉 기대승과의 논쟁을 통해서가 아닌가 한다. 남긴 저서로는 ‘계몽전의’, ‘송계원명이학통론’, ‘퇴계집’ 등이 있다. 

‘퇴계집’은 시, 교, 소, 차, 경연강의, 계의, 사장, 계사, 서계수답, 서, 잡저, 발, 잠명, 표전, 상량문, 축문, 제문, 묘갈지명, 행장 등이 수록되었다. 외집과 별집은 앞에 목록이 있고, 모두 시가 수록되었다. 2003년 발행 된 홍신문화사의 이 퇴계집은 그 중에서 시, 교서, 소, 경연강의, 차자, 서간문, 잡저, 언행록 등을 선택해서 해설을 하고 있다. 발행된 지 오래되어 해설을 읽어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 한문을 접하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원문을 해석한 것 역시 한자어가 많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색함이 있다. 하지만, 퇴계 이황에 대해 막연한 이해에서 벗어나 이황이 남긴 글을 직접 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소에서 보여 지는 벼슬에 대한 이황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어린 왕을 위해 올린 무진육조소나 성학십도에서 주장하는 자신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학문하는 뜻이 어디에 있을까? 자신을 수양하고 뜻을 올바로 세워 삶에 실천하는 것이라면 현실 정치에 임하는 사람으로 매번 물러나야만 했을까? 군주와 백성을 위해 그가 소장에 담은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할 일을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연암서가), ‘퇴계 VS 율곡’(역사의아침), ‘함양과 체찰’(미다스북스), ‘퇴계 잡영’(연암서가)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접한 퇴계 이황의 글에서 보았던 인간적인 모습을 포함하여 그가 가진 삶의 자세를 통해 학문과 일상이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지위의 고하나 나이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쉽지 않게 접한 퇴계집을 통해 그의 삶과 학문의 뜻을 한권에 묶어 살필 수 있다는 점이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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