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본 세상 세계문학의 숲 9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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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작품 하나로 기억되는 작가가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본 세상을 자신의 독특한 언어로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 특유의 세상이 작품 속에 담기게 되고 그런 작품만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아 소통되고 또 거듭나는 것이리라. 그렇더라도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가‘돈키호테’라는 작품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르반테스다. ‘돈키호테’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은 접할 기회도 없었지만 익숙한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렇게 익숙한 이름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다른 작품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개들이 본 세상’은 1613년 ‘모범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단편들 가운데 ‘사기 결혼’, ‘개들이 본 세상’, ‘질투심 많은 늙은이’, ‘피의 힘’, ‘유리 학사’등 이렇게 다섯 편을 모아 엮은 작품집이다. 돈키호테에서 보여주는 신랄한 풍자와 유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사기 결혼’은 마치 현대의 결혼 풍속도를 보는 듯한 흥미로움이 있다. 자신의 가진 것을 부풀리고 남이 가진 것을 탐내며 이를 합법적으로 차지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한다. 속고 속이기를 반복하는 한 남녀의 결혼과정을 통해 인간이 가진 탐욕과 허례허식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개들이 본 세상’은 두 마리의 개가 사람의 말을 하게 된 계기를 통해 개가 걸어온 과거를 다른 개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개로 태어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각기 주인들의 특성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점철된 거짓과 이기심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기 결혼’의 주인공 캄푸사노가 병 치료차 있었던 요양원에서 개들이 나눈 이야기를 직접 듣고 메모한 것이라는 시작된다. ‘질투심 많은 늙은이’는 젊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철옹성을 쌓는 늙은 남편의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재물이나 아무리 높은 담장, 자물쇠로도 결국 지켜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

‘피의 힘’은 성폭행을 당한 한 여자가 그 상처를 딛고 자신의 삶을 가꿔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애기치 않게 찾아온 불행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불행의 원인에게도 슬기로운 방법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유리 학사’는 인간 이성에 내포된 광기와 비이성을 주제로 죽음의 문턱으로 이끄는 사랑의 묘약을 먹음으로써 광기를 가지게 된 한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의 다섯 편 세르반테스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17세기의 사람들이야기지만 마치 현대사회의 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한 인상이다. 시대를 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내면은 다 비슷한 것일까? 아주 친근한 이웃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바로 그러한 힘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작가들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상상의 세계가 있는 것일까?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갈 주인공을 만들어 그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구에서 출발하는 문학 작품 속에 삶의 진실성이 있기에 문학은 힘을 가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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