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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물질문명의 발달로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늘 허전함을 느낀다. 물질과 부가 주는 풍요로움도 그 허전함을 대신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만족에서 물질적인 요소가 그렇게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적 풍요가 해결된 이후 무엇이 허전함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이 요인으로 사람마다 각기 처지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욕구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이나 지적 호기심과 같은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기에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렇다보니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 늘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중 지적 호기심의 충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책이 아닐까?
웬만큼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말로는 책에 대한 흥미는 읽어갈수록 더해간다고 말한다. 지적 탐구활동에 물질적 충족과는 분명 다른 무엇이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가는 것이 지적생활을 영위하는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적생활’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적으로 산다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그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삶, 지식의 축적과 배움의 생활화를 뜻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가 말하는 지적생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밝힌 저작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강단에서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저자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기에 더 밀접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적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으나 막연하게 생각되는 지적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책과 관련된 내용이 주된 것이기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모으고 서재를 꾸미는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살필 수 있다.
저자가 지적생활을 영위하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이야기하는 분야는 지적생활, 지적공간, 지적생산, 지적독립, 지성의 삶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항목이 필요한 근거를 자신과 동료들의 경함을 통해 현실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 책에는 지적 생활의 막연함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살피는 재미도 있다. 저자가 유학하는 동안 겪었던 일화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문학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공간, 지적생산, 지적독립 등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만들어 준다.
그림이나 연극, 영화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삶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질적 만족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얻기 위한 이러한 활동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지적생활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가꾸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지적생활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