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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ㅣ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같은 길을 거꾸로 갈 용기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니라.' 백범 김구선생님이 말씀이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말이다. ‘맨 처음’, ‘가정 먼저’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들에는 이렇게 무엇인가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무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궁문은 ‘자전거 아저씨1, 2’(하우넥스트)라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을 통해 만난 저자다. 화가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 일주하며 노고 느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담아 놓은 책으로 대단히 솔직한 저자의 글이 흥미로웠다는 기억이 있다. 남궁문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한 사람이라고 한다. 스페인에 살았던 인연으로 2001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았고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걸으며 시작했던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인연이 이어져 3년 마다 겨울(2004년), 봄(2007년)길에 이어 이번(2010년)에 네 번째 가을 길을 걸었던 것이다. 1000km나 되는 길을 계절별로 네 차례나 도보로 완주했으며 걸을 때마다 책을 냈지만 그리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는 길 오는 길’은 바로 산타이고 가는 길 시리즈의 마지막이며 저자가 10년 만에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전체 여정을 마무리 한 결과라고 한다. 같은 길을 그것도 같은 시기에 걸어도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 같은 길을 계절을 달리해 걸었다면 계절이 주는 독특한 감성적인 모습뿐 아니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얻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그동안 세 번의 가는 길과는 달리 걸어가는 여정을 거꾸로 잡았다. 목표가 산티아고가 아닌 출발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처음 소개한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을 다른 사람의 발걸음에 그가 걸어간 발걸음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이 특별한 출발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마주한다.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마주보며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내딛는 매순간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곳곳에서 만나는 한국인들과의 만남은 그를 당혹스럽게도 만들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이끌어 간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론 여행자 세 명과 함께한 특별한 저녁식사처럼 마음 따스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스페인에 살았고 스페인어를 할 수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의 중심이 한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었다면 같은 길을 걸어가며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에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같은 길을 거꾸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아저씨를 읽으며 궁금했던 저자의 글에서 느끼는 독특함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으나 때론 독자들을 상대로 정식 출판되는 책에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가 싶은 느낌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저자가 가지는 확실한 매력이 아닌가도 싶고 그런 생각이 10여년에 걸친 네 번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어갈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가는 길 오는 길에서 저자는 자신이 가야할 인생의 길을 알았을까? 조심스런 저자의 고백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글 속에 처음으로 산타이고 가는 길을 소개한 사람으로 갖게 되는 마음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첫 발을 내딛었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