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 다윈의 자연선택론과 적자생존의 비밀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이덕임 옮김 / 이가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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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적자의 달팽이집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 문화적 규범에 의해 살아간다.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적용된다. 마치 이를 따르는 것이 순리이며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임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특징은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다. 때론, 그러한 사회적 규범의 작용에 앞서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범위를 설정하기도 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들은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의 척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전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했던 행위들이 지금은 묵인되거나 은근히 조장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것들 중에는 개인의 명예나 자존심과 같은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요소로 이를 통해 한 인간의 표상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상은 개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세계적으로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프란츠 M. 부케티츠(Franz M. Wuketits)의 저서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바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 때론 강요되는 사람들의 표상에 대한 도발적인 제안을 하고 있는 책이다. 모두가 긍정의 요소로 보고 있는 ‘용감함’과 ‘비겁함’에 대해 역발상의 제안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겁쟁이들에 대한 변명처럼 보이는 그의 주장은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근거로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비교검토하며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러한 행동의 근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우선, 저자의 주장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가 주장하는 이론의 근거가 되는 다윈의 적자생존 법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자는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른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말하는 "적자(適者)"란 가장 용검하거나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삶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개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연에서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동물은 어떤 의미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강한 동물의 선두로 꼽히는 호랑이나 상어, 공룡 등의 예를 통해 자연법칙에서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강함은 유전에 의해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절대적 강함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의 범주로 보은 편이 강하다. 또한 이러한 강함은 다른 종과의 문제라기보다는 같은 종 내부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다윈의 적자생존 법칙이 바로 그것을 중심으로 밝혀낸 자연법칙이라고 보는 범주에 속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러한 개념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죽은 영웅은 너무나 많고 살아 있는 겁쟁이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조장되는 영웅적인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성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의 의미를 축소할 마음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속하는 범주는 사회적으로 기피하는 표상인 ‘겁쟁이’에 속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올바로 바라보고 사회적 인간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이러한 시각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이 강제로 설정한 수많은 종류의 사회적 이념에 희생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돌려놓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우선에 두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규범에 의해 강제되는 시각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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