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길목에 서서
한일 양국 간 해소되지 못하는 민족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화해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역사를 보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이웃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고구려와 대륙의 여러 나라를 비롯하여 조선에 와서는 명나라나 청나라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전쟁 또한 자주 일어났지만 유독 일본과의 마찰과 대립은 심한 생채기를 남기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이기에 민족감정이 그대로 남아 유지되거나 확대 되는 경향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사회는 국경 없는 사회라고도 할 만큼 세계는 서로는 각국의 이해를 기반으로 활짝 열린 자세로 다른 나라를 대하고 있다. 그것이 자국의 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에 문호를 열고 세계를 대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시대 국경을 맞대는 한일 양국은 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깊어져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양국의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100여 년 전부터 일본이 한국에 행한 잊을 수 없는 악행이 바로 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일제 강점기 국권을 빼앗고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벌인 다양한 정책의 기억이 남아 있고 해방이후 우리 스스로 일제 잔재를 올바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여기에 일본 정부가 그간 보여준 대한국 정책은 그러한 감정을 더 증폭시키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해결되지 못한 과거일로 인해 우리 스스로 발목을 밥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결되지 못한 것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순차적으로 해결해 가면서 요구할 것은 분명하게 요구한다면 양국 모두에게 분명하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민족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간 보여준 양국 정부의 일련의 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양국 국민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화해 분위기를 정부의 정책은 역으로 돌려놓기에 일쑤다. 민간차원에서 오랜 시간 노력을 경주해 일궈온 국민들 사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등을 돌리는 결과를 정부들이 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자국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나 양국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대의에서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한 사진작가가 일본을 지속적으로 일본의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옛 조선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노역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을 달리해 찾기도 어려운 흔적들이지만 남아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일본 내 조선인 강제징용과 그와 관련된 건축물에 대한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작가의 행보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사카,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일본 열도 곳곳을 다니며 군부대 진지, 탄광, 광업소, 댐, 해저탄광, 지하 터널, 비행장, 통신 시설 등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한이 서린 역사의 흔적을 찾아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은 말이 없다. 하지만 사진만큼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사진에 담긴 모습들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담아내고 있다. 말이 없지만 말 없음이 오히려 강한 울림으로 다가선다. 저자의 발길이 머뭇거리고 때론 멈춰선 곳이 어디쯤일지 사진을 짐작하게 만들고 있다. 순전히 사진에 담긴 모습만으로도 지난 시간 조선인들의 삶을 되살리는 것처럼 말이다.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의 삶은 한마디로 표현됩니다. 현재 일본 내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철도 침목 하나가 조선인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자의 발길을 돕고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일에 평생을 바친 재일 한국인 배동록 씨의 말이다. 애써 외면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에서 울분을 토하지 않을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 또한 반드시 살피고 자나갈 일이다. 왜 당당하게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하지 못하는지를 말이다. 찾아간 곳 마다 조선인들의 피와 땀의 결실로 만들어 졌지만 유적을 보존하고 기념관이나 체험관을 운영하는 주체들은 어디에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의 공존을 말하고 있는 것이 현 시대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은 양국의 화해와 공존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예견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무엇을 선행되어야 양국의 공종은 가능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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