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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제국의 새로운 길을 연 진정한 태왕
전환기(轉換期)라는 시점이 있다.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질적인 변화를 담보하는 변화가 있다. 영웅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길을 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 영웅으로 인해 전환기의 변화가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여 새로운 시대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전환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때마다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나라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하고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는 나라도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한사람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질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내부의 힘이 준비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리라.
한국사에서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되는 사람 가운데 오늘날 유독 주목받는 사람이 고구려의 ‘광개토태왕(374∼412)이다. 담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구려 19대 왕으로 22년간 재위하는 동안 최대의 영토를 확장한 정복 군주로 기억된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덕분에 더욱 익숙한 이름이다.
‘광개토태왕’이 오늘날 들어 유독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한 우리는 ‘광개토대왕’에서 이제 ‘광개토태왕’으로 위상을 달리하며 익숙한 이름으로 등장한 광개토태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요청에 의해 한 사람의 업적이 달리 평가되고 위상을 높혀 재모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광개토태왕이 우리에게 등장하는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광개토태왕릉비’가 알려지고 일본에서 연구한 결과가 1905년 황성신문의 ‘광개토태왕릉비문’ 내용 보도, 단재 신채호 등의 연구 등 국내에 민족적 지식인들에 의해 신문에 발표된 후부터이니 그리 오래된 시간은 아니다.
이 책 ‘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은 바로 그 ‘광개토태왕릉비’의 주인인 광개토태왕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지만 그의 참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시 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할만하다. 우선, 저자는 그의 호칭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다. 대왕이 아닌 태왕으로 불러야 할 역사적 근거를 찾고 올바른 호칭으로 불러야 함은 지극히 정당한 일일 것이다. 이는 당시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고구려의 위상이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태왕은 단순한 왕이 아니라 왕 가운데 왕이며, 제국을 다스리는 최고 지배자다. 고구려 제국의 ‘태왕’은 광개토태왕뿐 아니라 고구려왕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이었다고 본다.
광개토태왕은 즉위할 때부터 해결해야할 과제을 안고 있었다. 선대 임금들이 후연과 백제에 의 영토를 빼앗기고 임금의 시신을 탈취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상황에 의해 이를 올바로 극복하지 못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광개토태왕이 정복군주로써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적 힘을 비축한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이 내치에 힘을 쓴 결과를 토대로 시각을 외부 정복에 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시각으로 당시 국내외 정치정세와 힘의 역학관계를 살피고 있다. 거란, 후연, 백제, 신라, 왜 등과의 관계에서 취하고 버려야할 것이 무엇이며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움직였기에 가능한 그의 행보였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흔히 알고 있는 영토확장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알게 한다. 영토확장은 면적의 확보만이 아니라 백성들이 늘어나는 것이며 전쟁에서 승리로 인한 물적 자원의 확충 그리고 여러 문화를 흡수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변화의 시점을 열었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볼 때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재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당시의 시대적 요청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개토태왕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전환기 고구려의 상황에 부응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후대 왕에게 그 업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그의 역할에 주목하여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광개토태왕이 태왕으로 불러져야할 이유, 정복군주라는 단순 평가가 아닌 새로운 길을 연 영웅, 백제와 신라에 미친 영향이 이후 한국사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