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쾌 송신용 - 평생을 책과 함께한 마지막 서적 중개상 틈새 한국사 2
이민희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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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 서적 중개상에서 문화 활동가로
책에도 나름대로의 일생이 있다. 모든 책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으로 태어나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사랑받기도 하고 때론 홀대 받기도 한다. 같은 날 같은 내용을 담고 태어난 책일지라도 운명은 다르다. 하지만, 시대와 사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책을 구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시대라면 책의 가치는 더할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소유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젠 서점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이 서점이라는 공간이 그 고유의 의미가 점차 축소되고 온라인 서점이 그 공간을 차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대인 1980년대 초 중반에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을 가장 반기는 특정한 사람들이 있었다. 캠퍼스 여기저기를 누비며 신입생처럼 보이는 누구에게라도 친근한 얼굴로 맞이하는 사람들은 바로 책 외판원들이었다. 대학 신입생 필독서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대학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을 골라 책장사를 하는 것으로 많은 신입생들이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 고가의 책을 할부로 구입하고 나중에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 책 외판원들은 당당했다. 자신들은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날은 이처럼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은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사라졌거나 출판사 홍보팀 같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책이 있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특히, 책의 유통구조가 확립되지 못했던 시대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 ‘책쾌 송신용’은 바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적을 중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쾌 송신용’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혼란기를 책의 유통이라고 하는 특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적 중개상 송신용의 일생을 살피며 당시 시대상황을 비롯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의 일상까지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은 또한 당시 지식과 문화, 예술 등을 포괄하는 매개체이기에 시대의 정신과 당시 문화적 역량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러기에 예나 지금이나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었다. 송신용이 서적 중개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녔던 학교의 인맥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 시대 지식인들과의 교류는 그들이 바로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송신용은 단순히 책 중개상만은 아니었다. 고서의 발굴과 유통, 잡지 등의 기고를 통해 자신이 발굴한 수많은 고적을 소개, 교주하고 해재와 발문을 쓰기 등의 활동을 볼 때 전통문화 지킴이 또한 지식인의 사명을 다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정신문화의 집대성인 책의 유통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접근이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책의 유통과정을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지만 그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인물에 접근할 기회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지는 큰 의의는 지금은 사라져 간 책 중개상 ‘책쾌’에 재조명을 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송신용의 인생을 통해 ‘책쾌’들을 단순한 책 중개상이 아닌 그 시대의 특수한 문화현상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한 사회의 문화를 창조해가는 ‘문화 활동가’의 일원으로 보았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지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간송 전형필’이다. 그가 사라져갈 처지에 놓은 문화재를 수집하고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는 등의 노력에서 보였던 마음이 송신용의 삶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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