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의 배신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을 실험하다
콰메 앤터니 애피아 지음, 이은주 옮김 / 바이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행동의 도덕적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하는 판단이 맞을까?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서 이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선택의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물음에 답해야만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음에 대한 답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나 사회적 규범 속에서 그 답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자신의 가치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갈등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사람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인식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분명 기준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과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판단의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도덕적 판단의 근거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으로 철학, 심리학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연관 학문으로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이 있다. 이들 학문의 탐구영역은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였다. 즉 환경에 반응하는 인간의 행동을 실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의 발현이 어떻게 나타나는가의 여부이다. 이 책 ‘윤리학의 배신’은 바로 그러한 학문의 탐구과정에 대한 결과를 담았다. 부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을 실험하다’처럼 다분히 그 목적이 그간 인간에 대한 이해에 다른 결론을 도출하게 될 위험성을 농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이 행위에 대한 근거로 드는 윤리적 직관이 사실은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새로운 경험적 도덕 심리학이 아주 오래된 철학적 윤리학의 과제와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이다. 바로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 ‘자신의 윤리적 직관’을 의심하라!’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다양한 실험을 실례로 들어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며 결정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윤리나 도덕으로 여기는 가치가 단지 성격이나 직관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나 심리적 요소가 개입된 결과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이는 전통적인 도덕철학과 저자가 주목하는 실험철학 간의 대립 양상을 보인다는 시각을 추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립 양상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윤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으로 작용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실험적 심리학의 관심분야인 인간의 도덕성의 시작에 대해 인간의 도덕적 감정의 기저를 이루는 반응양식으로 조너선 하이트와 그의 동료들의 다섯 가지 모듈을 제시한다. 그것은 동정심, 상호주의, 위계, 순수, 외부인과 성자(내집단과 외집단) 등이며 이를 통해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실험들은 우리의 윤리학적 사고와 직관, 그리고 인류의 번영 혹은 행복과 관련된다. 바로 실험철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들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무엇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의 근거를 명확히 알 수 없더라도 우리는 그러한 선택에 의해 완급 조절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에 대한 실험은 그 알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한 방법일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본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