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가더라도 쉼 없이 나를 돌아보자 불혹(不惑)이라는 말에 관심이 많았다. 나이 40이면 흔들리지 않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나이 40이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세상과 자신의 경계에서 흔들리기 일쑤다.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아도 40이라는 나이 경계에 이르러 비로소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 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안정시킬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마음공부에 이르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마음상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이 불교가 아닌가 싶다. 이 책 ‘하루 한 가지 마음공부’ 역시 깨달음의 길에서 정진하고 계시는 스님의 이야기다. 스님이 오랜 수행과 강의를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하여 하루하루 365일 염두에 두며 스스로를 살필 수 있도록 하는 지혜명상집이다. 저자 우학(無一) 스님은 통도사에 출가하고 동국대학교에서 선학을 전공했으며, 선방, 토굴, 강원, 무문관에서 참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통 수행을 체계적으로 닦아 온 경험을 토대로 간화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다. ‘저거는 맨 날 고기 묵고’라는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 외에도 ‘완벽한 참선법’, ‘부처 되는 공부’, ‘우학 스님의 빛깔 있는 법문 시리즈’ 등이 있다. 포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정진하고 계신 스님이다. 마음을 흔드는 것이 무엇일까? 나를 둘러싼 외부 세상의 모든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흔들리는 마음은 어쩌면 결코 붙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많은 조건을 어떻게 일일이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을지 엄두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스님의 말처럼 마음을 흔드는 것은 외부 세상의 그 무엇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다. 바깥세상의 모든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 마음에 주는 영향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스님은 ‘지혜만큼 세상은 보인다. 각자 지혜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인생이 다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그 세상의 부침으로 인해 내 마음의 흔들리는 것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고 하는 사람은 시간이 나도 역시나 공부를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 기도 못한다는 사람은 시간이 나도 역시나 기도를 하지 않는다.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135일) 이는 마음공부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부터 세상의 모든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문제를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조건을 먼저 내세워 하고자 하는 본질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하지 않은가. 그렇게 절박한 문제로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나서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이 책에서 말하는 자신을 다스리는 것에 있어 보인다. 숲체험이나 걷기여행, 머무는 여행 등이 각광을 받는 것이 바로 고요한 상태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다스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만한 책이라는 느낌이다. 또한, 여타의 자기 계발서나 명상집과는 다른 이 책의 장점은 하루 한 가지 명제를 중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굳이 날짜에 구애받지 말고 손 가는대로 펴서 그곳에 담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하루를 살아간다면 어느 사이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이 책의 모든 페이지를 살핀다면 달라진 마음자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