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참모실록 - 시대의 표준을 제시한 8인의 킹메이커
박기현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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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역사를 읽다보면 늘 궁금한 것이 있다. 한 나라의 권력이 왕에 집중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그 왕의 존재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으로 그려지는 역사책에서 왕 이외의 사람들은 그럼 무엇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분명 알지 못하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에 의해 힘의 균형이 잡혔을 것인데도 유독 왕조사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많은 것은 단순한 흥밋거리로 역사를 보는 편협한 시각의 반영이 아닌가도 돌아보게 된다. 

어느 시대든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집중된 권력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앞세워 횡포를 부리기도 하지만 때론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는 정책을 펼쳐 태평성대를 누리는 시기도 있었다. 흔히들 동양 3국인 중국, 한국, 일본의 역사에서 권력의 향배를 분석하고 내 놓은 말들 중 중국은 왕권이 절대적이고 일본은 신권이 절대적이어서 한 왕조가 오랜 시간을 영위하지 못하고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에 의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랜 왕조를 이어온 우리의 역사는 비결은 왕권과 신권이 서로 힘의 조화를 이루었기에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왕권과 신권사이 힘의 균형을 이뤄온 우리 역사에서 당파싸움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도 왕권을 견제하는 속에서 서로 공존하려는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역사 중 비교적 가까운 조선에서 신권을 대표하는 중심에 영의정이 있었다. 그들은 탁월한 정치적 활동에 의해 임명된 경우도 있었지만 때론 왕권과 신권사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임명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는가를 불문하고 자리에 올라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책 ‘조선 참모실록’은 바로 그런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왕이 중심인 나라에서 왕을 도와 정책을 시행하며 행정 관료인 대신들을 비롯하여 백성들의 삶을 살펴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참모라는 말은 조직 내에서 관리적 기능과 자문·정책조언 기능을 수행하면서 조직 목적 달성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기관이나 사람을 말한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권력의 책임자와 행정 그리고 그 둘을 있게 한 백성 이렇게 세 축으로 살핀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참모는 바로 행정의 심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역사에서 주목받는 참모로 저자가 선택한 사람은 맹사성, 이준경, 이황, 이원익, 이항복, 김육, 최석정, 박규수 등 모두 8명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사람부터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있지만 이들 모두는 당대를 살아가던 백성들에게 희망이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 책무를 맡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왕과 백성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모두에게 이로운 정책을 실천하고 그 마음이 백성들의 가슴에 온기를 전하며 희망의 불꽃을 피운 것이다. 

주목되는 사람으로는 다소 낫선 이준경과 최석정이다. 이준경은 집안이 사화를 겪으며 멸문지화의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좌절을 딛고 혼란스러운 당시 국정을 타협과 중용으로 이끌었다. 최석정은 병자호란 때 주화파의 선두였던 조부 최명길에 대한 업보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출사해 숙종을 보좌하며 사화와 당쟁으로 얼룩진 조정을 원만하게 이끌어나갔다. 

이들 이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여준 구체적인 모습은 제각각이다. 자신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나라 사정이 달라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당차게 뜻한 바를 묵묵히 실천해갔다. 그들은 주로 세우기보다 지킨 쪽이요, 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가경영의 안정적 시스템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참모들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시대의 모범과 표준을 제시한 리더 중의 리더였다. 이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저자가 주목하는 참모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 한다.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로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조선이라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상황도 분명 있었고, 미래를 살아갈 희망을 잃기도 했겠지만 그들에겐 탁월한 참모가 있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선 역사의 탁월했던 참모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철없는 사람의 기대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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