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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 - 죽을 듯 사랑해 결혼하고 죽일 듯 싸우는 부부들의 외침
이주은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다른 사람과 살면 달라질까?
가보지 않은 길을 생각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게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누가 보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있을 때 바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뭔지 모를 기대감 속에서 그 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가지 않았기에 생각 속에만 있는 길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왔던 사람들 속에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위치 등은 현재의 자신을 형성하고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한 근거 중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서의 자신을 아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바로 가족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한 가족의 중심은 ‘부부’다.
‘나는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 이 책은 이런 특별한 관계인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여 ‘부부관계’를 끝내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심각한 이야기다. ‘가족’에는 부부를 기본으로 아이들과 부부의 양쪽 집안이 포함된다. 이러한 관계가 가족의 중심이 되는 부부사이에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바로 그러한 부부사이에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특별한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부부 문제 상담 전문가가 바라본 내담자들의 이야기다. 부부를 둘러 싼 시댁과 친정이라는 또 다른 가족, 각기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부부 사이, 살아온 환경의 차이로 시작되는 성격의 차이, 성(性)의 문제 등에서 비롯된 갈등이 폭력이나 배우자를 무시하거나 외도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겪는 심각한 심리적 갈등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게 된다. 서로의 이야기가 자신의 입장에서 보여 지고 때론 한 사람의 입장만 드러나기도 한다.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가 함께 또는 혼자 찾아와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속속들이 담겼다. 갈등을 일으킨 문제의 현상에서 본질의 문제로 접근해가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 중심은 부부다.
그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원수처럼 미워하고, 죽일 듯 싸우고, 내가 왜 이 사람과 결혼했나 등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 출발이 사랑으로 시작했기에 그 부부들은 그래도 내가 선택한 배우자와 다시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으로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기에 희망의 싹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심화된 갈등의 현재적 심정의 극단적 표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방법은 문제의 근본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의 경험이 교훈이 되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시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혼을 한 사람들도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 대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담자는 말하고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를 다른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부사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 즉,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이 아니라 한 남자의 여자의 결합이라는 인식의 전환의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한 인간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무엇이 있다면 상대방도 원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친구가 부부라는 마음이라면 많은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과 살면 달라질까? 갈등을 일으킨 출발점으로 돌아가자. 내가 가진 인식의 한계나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상대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지금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스스로 설정한 벽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상담사례는 지금 당장 심한 갈등에 직면한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 돌아보게끔 하고 있다. 시작한 출발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서로의 마음을 비춰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