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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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다른 곳은 어디일까?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꼭 익숙한 것이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지만 ‘낯설다’는 당혹스러운 느낌을 동반하기에 그리 반기는 편이 아니다. 내가 좋아서 읽는 문학작품에서의 그런 느낌은 상반된 반응으로 다가온다. 하나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심 갖고 지켜볼 흥미로움으로 진전되는 것이다. 대개는 고전문학을 읽으며 당혹스러움을 느끼는지라 처음 접하는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라는 작품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1929년 4월 출생하여 1975년 이후에는 프랑스에서 살아온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전공했으며 사회주의 운동에도 참여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사랑이야기’,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느림’ 등이 있다.

‘생은 다른 곳에’는 야로밀이라는 한 시인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다. 야로밀의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어린 시절과 사춘기에 성(性)에 눈떠 성인이 되는 과정을 주로 담아내고 있기에 자칫 낯설음의 문장들을 접하게 되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어머니의 모습이나 어머니와 화가의 사랑 놀음, 성적 호기심에 대한 갈등의 묘사 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야로밀은 결국 못생긴 여점원과의 육체 경험을 통해 젊은 여인의 묘한 심리 변화를 조명한다. 야로밀이란 이름은 체코어로 '봄을 사랑하는 남자'와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란 두 가지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의 이 말은 소설에서 보여주는 낯선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시인의 죽음’을 이야기 한다. 이는 시인으로 대표되는 문학가들의 본질적 사명에 대한 작가의 해석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인이란 그의 시가 마련한 화면에다 그의 시에 의해서 영사된 얼굴이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기를 원하는 희망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사람이다.’로 규정하고 있다. ‘시인의 죽음’은 당대에 저항하는 청춘의 낭만과 열정, 일상의 경이로움의 부재, 신성불가침한 보편적 가치의 소멸을 상징한다. 시인이 가지는 서정성에 집중하는 작가의 이러한 규정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이 이야기를 구성한 시기가 1950년대 중반으로 작가는 어떤 미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 비평’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가(시적인 강렬함과 상상력을 전달하는) 시가 될 수 있는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지는 모습은 작가와 독자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당연한 낯설음이 있겠지만 작가 밀란 쿤데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는 주인공 야로밀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들이 가지는 내면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그 보편성의 단면으로 성(性)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느낌은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이란 항상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인생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신비로운 것이며 젊은이들은 그것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이서 ‘야로밀’과 ‘자비에르’는 그렇다면 서로 다른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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