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과이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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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실을 밝히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事實)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일까?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나 스스로도 그 정보의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확인을 거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다 정보매체를 통해 돌고 돈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접하는 많은 정보들 중 불확실한 정보 또한 많은 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그 사실이 진실에 가까운지를 알아볼 수 있을까?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가 많은 현실에서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밝혀지지 않은 불확실한 정보가 마치 진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곧 그 정체가 드러나지만 국가권력이 개입된 사건일 경우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그것을 우리의 역사는 똑똑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것은 없었다. 

이 책 ‘대한민국 12비사(秘事)’는 현대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이지만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사건들을 간추려 의문에 도전하고 있는 책이다. ‘진실을 감추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는 생각으로 의혹투성이인 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살펴 그 의문점을 다시 살피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다루는 사건으로는 일제시대 말기에 벌어진 백백교 사건을 시작으로 국군 2개 대대 월북사건, 김종필과 관련된 4대사건, 이수근 국외탈출사건, 정인숙 살인사건, 청와대 총격사건, 김대중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사북탄광사건, 오대양사건, KAL기 폭파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까지 총 12가지에 이른다.

저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가고 관련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단초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기록되지 못한 진실은 의혹으로,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개개인은 국가기관의 발표를 불신하게 되며,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도 퍼지게 되었다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의 공통점은 좌익과 우익의 대립, 공직자의 섹스 스캔들, 정경유착, 공작정치, 사이비 종교의 성행, 노동자의 권익 문제와 폭력시위 등이다.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건에 주목되는 이유는 사건의 중심에 권력이 있고 그러한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었던 여타 다른 사건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암암리에 관련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감춰진 진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시간이 흘러 잊혀져가는 안타까움과 절박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간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 이상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또한 보여주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12가지 사건에 대해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치권력의 성격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천안함 사건, 장자연 리스트 등 국가권력이나 고위 공직자,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관련된 사건은 늘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권위와 알권리를 저버리는 국가권력은 그 존재이유가 무엇일까? 공감과 소통이 화두가 된 세상이다. 이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모습의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권력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것일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사건이 존재하는 사회는 훗날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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