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낭만 기차 여행
박정배 지음 / 열번째행성(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는 기차여행
오래전 초등학교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하나가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항구도시 여수에 계시는 고모할머니를 기차타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여름날 통일호 열차에서 콜라와 삶은 계란을 사 주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다. 내게 기차는 그렇게 각인되었다. 이후 기차를 탈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대도 변하고 기차가 담당했던 역할도 변해 지금은 빠른 기차가 우선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여전히 기차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옛 기억을 되살리는 추억거리로 작용하고 있기에 그 유용성은 여전하다고 보인다. 또한 현대에 들어서 테마관광열차가 새롭게 부각되어 계절에 따른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대한민국 낭만 기차 여행’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기억과 연결되어 여행의 묘미를 전해주는 기차역과 주변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기차가 지나가는 곳이면 전국 곳곳을 망라하여 각 노선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고 각 역의 역사와 주변 관광지를 중심으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사진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 뿐 아니라 주변 문화유적 및 관광지에 대해 찾아가는 길, 이용요금, 휴일유무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기차여행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단히 실용적인 여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대한민국 낭만 기차 여행’에서 다루고 있는 기차노선은 경부선을 시작으로 경북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충북선, 동해남부선, 경의선, 경원선, 경춘선, 중안선, 태백선, 정선선, 영동선, 삼척선과 바다열차, 경전선, 진해선, 코레일공항철도 등 우리나라 기차 노선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 기차노선을 따라가다 보면 100여 개의 기차역을 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차노선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전국 구석구석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답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철저히 현장중심의 여행 안내서라는 점이다. 이렇게 현실적인 정보가 실릴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2년여에 걸친 발품이 한 몫 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정배는 음식칼럼니스트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의 이러한 음식칼럼니스트 경력이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음식의 맛깔스러운 평가는 식도락가는 아닐지라도 지역 음식에 대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는 기차 길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기차 길만이 아니다. 기차를 이용해 인근 농촌에서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가져와 노상에서 팔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사라진 그 길을 따라 나무들이 심어지고 그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고 있다. 이렇게 변해가는 기차 길 처럼 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간 것이다. 

아버지와의 추억거리가 거의 없으면서 유독 여름날 기차 안에서의 콜라와 삶은 계란에 대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기차여행이 주는 묘미였다. 이런 나의 기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것이리라. 그러한 추억이 살아 조금은 달라진 기차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기차여행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차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는 동안 내내 함께할 현장 밀착형 여행안내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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