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집에 대한 애착은
문을 열고 들어간 공간에서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집을 구성하는 안밖의 많은 것으로 인해
집에 대한 감정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더불어 한 부분을 이루는
시골의 어느집과 비교해서
아파트는 분명 삭막하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고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은 많다.

내가 사는 이곳 아파트 역시 그렇다.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
매화나무 네그루
자두나무 한그루
산수유 네그루
다수의 삼나무
주목 한그루
그리고...
메타세콰이어 다섯그루

이 나무들은
눈오고 비오며 햇살 눈부신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함께 공유한다.
이들이 있어 내게 집은
더 정감가는 공간이었다.

늦은밤 귀가길에 아주 낯선 모습으로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침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나무가 
이 모양이다.
그곳엔 까치가 겨울 내내 집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앙상함만을 전해준다.

매년 한차례씩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당하는
황당함인데...아번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당했다.

이유야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면
남겨진 가지와 몸통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올 것이지만
그 생명들을 바라볼 때면
오늘의 이 황당함과 안쓰러움 그리고
인간의 욕심에 대한
미안함으로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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