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 - State Crimes
이재승 지음 / 앨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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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범죄, 때늦은 청산은 없다
국가와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게 될 때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민 의지로부터 법과 정부가 나와야 하며 이것은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분할할 수 없다’고 역설한 루소의 이야기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사회가 변화하면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커가고 있다. 국가라는 보이지 않은 실체가 국가의 구성요소인 개인의 존재와 그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를 접할 때는 더욱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개인이 바로 이러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만든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그 진상에 대한 규명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민주정부나 참여정부 등 정권의 성격이 변하면서 역사 속에 묻혀있던 사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면아래에서 한줌의 빛이라도 들어오길 간절히 바라는 사건은 부지기수다.

‘국가범죄는 법전法典에는 없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유린 행위를 가리킨다. 국가범죄를 대체하는 개념들로는 정부범죄, 인권범죄, 국가에 의해 조종된 범죄, 국제법상의 범죄,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 등이 있다.’

국가범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권력의 힘에 의해 개인 및 집단이 오명을 쓰고 지하에서 아파했던 바로 ‘국가범죄’라는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 한다. 국가범죄라는 이 무거운 말을 할 수 있다는 현실에 반가움보다 앞선 안타까움이 여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한다. 여러 분야의 석학들에 의하면 그 문제는 바로 ‘일제잔재의 청산’과 ‘분단의 극복’이라고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당야한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이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이는 바로 과거사를 올바로 자리매김할 때 현재에 올바로 설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중심에 ‘과거청산’이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국내외의 구체적 실례를 찾고 그 처리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제주 4.3항쟁이나 몇몇 개인들의 사례는 과거청산의 결과가 무엇으로 귀결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과거청산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어떠한 정치 구조와 문화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공공적인 의제 설정’에 있다고 보며 과거청산은 곧 ‘인권의 문제’의 문제라 규정한다. 국가로부터 개인들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기에 이것은 과거나 현재의 문제만이 아닌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1990),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1995),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1995),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1996),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00),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00),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00), 광주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2001),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2004),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04), 삼청교육대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04),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2004),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05),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05),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05), 태평양전쟁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

2010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주요 과거사 관련 법률이다. 모두 열일곱 가지 이 법률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관련자들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모두가 바로 국가범죄와 관련된 법률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법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할 국민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때늦은 청산은 없다’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청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기에 형사책임, 공소시효 등 법률적 한계를 넘어서서 ‘민족과 인권’ 차원에서 근본적 대안은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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