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정월 보름이라고 합니다.
옛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던 그 달이
오늘은 구름에 싸여 좀처럼 그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내요.
구름과 구름 사이 조그마한 공간에서나마 잠깐 볼 수 있는 저 달을
오늘따라 더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보일 듯 말 듯 은근함이 있어
무엇인가 명확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의 반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밤 저 달처럼
투명하지 않아 보일듯 말듯하기에 더 간절함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다면 그래서 가슴 속에 감출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희노애락의 감정들도 없겠지요.
그렇게 세상이 투명하기만 하다면 좋은 세상일까요?

옛 사람들의 글을 접하다보면
투명하여 더 이상 사람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거나
더 이상 뭔가를 기대할 여지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 보일 듯 말 듯하는 그런 은근함이
사람들이 감성을 자극하고 닫힌 마음으로 파고들어
사람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더군요.

지금 밤하늘의 달을 보는 마음처럼
그런 옛 사람들의 마음을 닮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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