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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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함이 돋보이는 인간형들의 모음
한 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문학작품은 그만의 자기세계가 있다는 말로 표현되어 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작품들 속에서 저자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나고 그 작품에 또 공감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수많은 작가 있지만 여러 부류의 독자들에게 호응 받는 저자가 琉� 많지 않음도 사실이다.

영화장르 중에 옴니버스 영화라는 것이 있다. 몇 개의 단편을 결합하여 전체로서 정리된 분위기를 내도록 한 작품을 말하거나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단편을 결합한 것 등을 흔히 옴니버스 형식을 갖췄다고 한다. ‘러브액츄얼리’,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여섯 개의 시선’ 등의 영화가 그것이며 이러한 영화는 그 독특한 구성으로 주목받곤 하였다. 옴니버스 형식의 문학작품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구성과 느낌을 보이는 작품을 만났다. 

베르나르 키리니의 단편모음집 ‘육식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작품의 저자 베르나르 키리니 (Bernard Quiriny)는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 언어권에서 에드거 엘런 포, 보르헤스, 마르셀 에메 등의 계보를 잇는 제법 촉망받는 작가라고 한다. 첫 소설 ‘문장에 대한 불안’으로 보카시옹 상을 수상했고, 두 번째 소설 ‘육식 이야기’로 벨기에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틸 상을 수상했다. 처음 접하는 저자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 단편집에는 ‘밀감’, ‘아르헨티나 주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기름바다’, ‘뒤섞인 사랑’, ‘육식 이야기’ 등 열 네 편의 단편들이 들어 있다. 이 여러 가지 단편들 중에서 관심 가는 작품으로는 당연 자의적 기준이지만 ‘밀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기름바다’, ‘뒤섞인 사랑’ 정도이다. ‘밀감’에서의 ‘오렌지 아가씨’라는 기상천외한 인간의 모습을 설정한 점이 매우 독특하여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주교’ 역시 육체와 영혼의 분리 그리고 영혼이 자신이 깃들 몸을 복재한다는 점,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에서는 한번쯤 상상해봣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그 욕망의 허상을 느낄 수 있다. ‘뒤섞인 사랑’은 바람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현실의 반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주목된다. 또한 ‘기름바다’는 서해 기름 유출사건을 겪은 우리로써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각각이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다소 엉뚱하고 재치 있으며 때론 황당한 설정이 낯설기도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를 접할 때 마다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단편집의 서문 ‘고인들의 목록’에 밝히고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느끼는 ‘권태의 일반적 역사’ 속에 이미 사라져간 사람들인 ‘고인들의 목록’을 통해 현대인들의 가슴이 텅 비어가는 현상이 ‘공허’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살아가며 기본적 욕망을 실현하지 못하는 속에서 오는 ‘공허감’을 단지 현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풀리지 않은 근원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문제를 문학작품을 통해 저자가 가진 독특한 세계를 구성하여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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