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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사랑이 운명일까?
모든 사람의 로망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랑을 이루는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 사랑이 바로 그 사람인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이 사랑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찾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는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만한 구체적 증거가 있기나 한 것일까? ‘포기하지 않는다면 운명의 짝은 반드시 나타난다.’ 고 믿고 싶은 것이 사랑을 찾는 사람들이 거는 기대일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일본 작가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중편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와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라는 두 편의 연애소설을 엮은 책이다. 당연히 두 소설의 중심주제는 사랑이다.
첫 번째 소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명문 가문 출신이지만 잘 나가는 가족 구성원과 비교해 심각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가 가족으로부터 정해진 약혼자와는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결혼한 여자 다른 사람을 잊지 못하고 가출하면서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그 남자는 운명 같은 사랑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남자는 직장 상사와 자신의 이러한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상사와 결혼한다. 폐암의 재발로 재혼한 사람도 그 남자의 곁을 떠나가고 혼자 남은 그 남자의 기억 속에 ‘향기’가 남아 있다. ‘그녀의 향기’가 어쩜 운명 같은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소설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는 속칭 불륜 사이의 남녀의 사랑을 그려간다. 유부남 직장 상사를 만나 사귀다가 헤어진 여자는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다시 그 유부남을 만난다. ‘나는 사실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러면 후회도 안 하고, 질투나 집착도 없지’라고 말하는 유부남 상사와의 변태적인 육체적 사랑이 주를 이룬다. 다니던 회사의 합병과정에서 유부남 상사는 사직하고도 그 관계는 지속된다. 여자는 결혼식 전날 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만남을 위해 남자 집을 찾아가지만 그 남자는 이미 이사를 가고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찾는 것은 자유로운 영혼인지도 모르겠다.
부인의 불륜을 바라보는 남편의 우유부단한 마음상태나 약혼자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약혼자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 등을 그려가는 저자의 섬세한 심리변화가 돋보이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한 증거를 찾고자하는 운명 같은 사랑이나 육체적 사랑의 쾌락을 즐기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이나 결국 그 사랑을 느끼고 확신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그 사랑의 중심은 남녀 양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규정해 놓은 사랑이라는 울타리를 상대방을 통해 확인해가는 것이 어쩜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의 감정은 아닐까? 그렇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라고 하는 한 사람을 사랑으로 확인할 증거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