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나간 나의 하루는 행복일까?
동네 뒷산, 친근감이 앞서는 단어다. 올 겨울 보기 드물게 눈이 내리는 날 쉬엄쉬엄 걸어가도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두 시간에 걸쳐 걸었다. 눈 쌓인 숲길이 미끄러워서가 아니다. 느리게 걷기를 통해 길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존재를 확인하고 눈높이를 맞춰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마주하며 마음으로 들어오는 나무며 풀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痼� 당연한 것이리라. 사람들 사는 공간 가까이 이렇게 마음 다독여주는 숲이 있다는 것은 행복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알고 누리는 사람들만 누리는 그런 행복 말이다.

이렇게 머물고 느린 걸음으로 세상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바깥세상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과는 반대의 길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 중 여행 작가이며 생의 탐색가, 시간의 염탐자, 길의 몽상가라 불리는 최갑수라는 사람이 있다.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통해 처음 접하며 짧은 ‘머뭄과 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한 점에 불과하지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게 하는 경험을 준 사람이다. 그 사람의 새로운 책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을 만난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에서 저자는 일상, 사랑, 타인, 여행, 타인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바라본 삶이 담겨 있다. 무덤덤하게 삶을 관찰하는 관망자의 모습 속에는 삶을 달관한 듯 한 마음가짐이 숨어 있다 곳곳에서 은근한 모습으로 들어난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오는 느긋함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파이팅을 외치라고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구나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기에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자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저자 최갑수의 세상을 향한 마음가짐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저자 최갑수는 늘 떠날 준비가 되었다. 직업이 여행 작가라는 것이 준비된 여행자의 필요한 생활방식일지라도 그것을 넘어선 자유로운 영혼이 꿈틀대는 사람만이 가능한 자유가 있는 것이다. 한적한 곳, 바람과 맞서는 곳, 해질녘 붉은 노을 앞에서 저자의 눈은 자연이 주는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난 자신의 내면의 울림과 오롯이 대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잘 지내나요, 내 인생’에 담겨있는 그의 사진은 다른 사진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전하고 있다. 노을, 태양, 가로등의 불빛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사진 찍기에 치명적일 수 있는 역광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빛을 담아낸 사진들이다. 슬픔을 담아낸 사진만이 성공한 사진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진들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 행간을 읽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역광의 거슬린 빛에 숨죽이는 시각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은근한 매력이 가슴으로 스미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 

행복은 우리들의 일상 속에 숨어 삶의 주인공인 자신이 발견해 주길 바란다는 말이 있다. 특별하고 큰 무엇인가 만이 행복의 근원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일상의 사소한 사건 속에 느끼는 감정이 행복임을 알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복의 한가운데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 기억이 남아 있는 하루를 가지고 있다면 잘 살아온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지금부터라도 그런 하루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며 하루를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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