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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걷기여행 안내서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친 일상에 휘둘리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은 걷거나 조용한 숲속 한적한 곳을 찾아 쉼은 여유를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디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장소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유명한 곳을 찾아가지만 그곳에 꼭 찾는 장소가 아닐 수도 있다. 하여 걷기 여행의 대세에 맞춰 다양한 코스가 개발되는 곳이면서 덜 알려진 곳을 찾아가거나 때론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삼아 자신만의 쉼의 자리를 찾아 나서곤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적절한 안내서가 발간되었다. 마음 다스리는 방법으로 선택한 여행에 매료되고 여행 잡지사에 근무하면서 여행의 참맛을 알아 여행 작가의 길로 나섰고 일 년 내내 여행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글이다. 저자 김연미의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에는 자신이 직접 다녀왔고 또 그곳에 매료되어 몇 번이고 찾았던 곳을 섬세한 필치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걷기 여행의 적절한 필요에 따라 알맞은 곳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아등바등 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주말 약속이 취소되어서 우울할 때, 누군가를 한없이 사랑하고 싶을 때, 무뎌진 열정을 되찾고 싶을 때, 사는 게 두렵게 느껴질 때, 가족에게 서먹해졌을 때, 그리운 사람이나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때, 사람과의 교감을 갈망할 때, 비상하듯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 등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서른 두 곳의 숨겨진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길도 있고 대도시 근교, 식물원, 바닷가, 강, 심지어 섬까지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보석과도 같은 알짜배기 공간들이다.
주제별로 추천하는 여행지에 어울리는 책과 음악을 살펴보면 저자의 주된 관심이 어디에 있으며 걷기 여행에서 찾고 싶어 하고 더불어 독자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무한대의 감동도 그것을 받아 안고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비로써 유용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같은 곳을 걷고도 다른 감동을 얻게 되는 차이는 바로 그 길에 선 사람의 마음과 준비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여행에서 얻는 소중한 경험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리라.
다른 여행안내서와는 조금 다르게 이 책은 처음 페이지부터 읽어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목차에서 안내하는 주제를 따라 마음 가는 곳 어느 페이지든 먼저 보더라도 저자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치유하고 생각을 깨우며 나와 마주하다’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 필요한 준비물에서부터 주변 찾아갈 만한 곳뿐만 아니라 추천하는 찾아가면 좋은 시기와 걷기 난이도, 길동무, 책, 음악, 준비물 등과 더불어 ‘가는 방법, 코스 소개, 주변 여행지, 숙소 및 맛집 소개’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마음이 돋보인다.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을 잡았다면 이 책 한권이면 충분할 것이다. 또한 길을 걷다 보이는 사물 하나하나를 그냥 스치는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소통하는 소중한 벗으로 여기고 있기에 알 수 있는 감성적 교감이 나타나 있다. 하여 저자의 걷기 여행길은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다독이는 일’이 가능해 지는 것이리라.
혼자나 둘, 이제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는 사이나 오랜 벗 또는 가족 그 누구라도 상관없이 같은 길에 서서 공감하는 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행복일 것이다. 그 행복을 몸소 누릴 수 있는 것이 걷기 여행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한다. 시간, 목적지 등에 메어 본말이 전도되는 것처럼 보이는 등산이나 여행에서는 절대로 얻지 못한 소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