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내게 물어야 할 것들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정미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삶에 대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불혹(不惑)이라는 나이를 지나며 대단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 언급한 말로 유래된 이 말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 나이를 40세라고 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그것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현실의 각종 유혹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이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등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모아지는 생각은 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 다스려야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유사 이래 눈 밝은 이들이 밝혀 놓은 인생의 철학은 부지기수로 많다. 무엇이 진실 된 삶이며 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철학자, 사상가들이 밝혀놓은 삶의 지혜가 본질을 뚫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결코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해밀턴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생에 한 번 내게 물어야 할 것들’에 담았다. 그는 죽음, 미덕, 진실, 지혜, 도덕, 섹스, 잠, 인생 등 살아가며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하는 11가지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제기한다. 이는 구체적 생활에서 오는 삶에 대한 번민으로부터 보다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은 열망의 표현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조지 엘리엇, 카프카, 장 폴 사르트르, 로렌스 등 유명한 문학가나 철학자, 사상가들이 발표한 작품이나 논문을 분석하고 해설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를 제시한다. 

저자 크리스토퍼 해밀턴은 자신이 한번쯤은 꼭 물어야 할 문제의 출발을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성공하고 싶은 욕망, 무엇이 진실인지, 도덕적인 삶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섹스가 가지는 사회적, 개인적 의미는 또 어떤 것인지 등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다시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은 사람들이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요소가 분명하다. 

유명한 철학자나 사회 사상가, 정치가들 중에 말로만 행세하는 사람들을 본다. 말과 행동이 다른 그들의 모습에서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해결되지 못하는 인간의 근본문제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 문명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사고체계가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측면이 강화되더라도 실천적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지식의 대부분이 죽은 채 남아 있음’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저자는 왜 ‘삶이 묻는 절박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애쓰지 말라’고 했을까? 무엇이든 상대적인 가치를 지내는 것에 획일적인 답보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말일 것이다.

옛 사람들의 흔적에서 삶의 지혜를 찾거나 현실에서 느끼는 모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다양한 철학책 등을 통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본질일 것이다. 그 본질로 한발 더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올바로 성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소 무거운 주제이며 쉽지 않게 쓰려졌지만 일생에 한 번은 절실하게 자신의 내면을 향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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