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성의 이중성에서 흔들리는 인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지속되어온 의문이 아닐까? 눈 밝은 사람들에 의해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려는 다양하고 지난한 노력은 철학이나 종교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펼쳐져왔음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두고 선과 악으로 규정하며 살피는 것은 종교나 학문의 영역을 떠나 인간의 구체적 삶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문제이며 이 두 영역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휘되는가가 더 중심적인 의문이 아닐까?

파울로 코엘료의 인간과 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발표된 여려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 ‘악마와 미스 프랭’은 ‘그리고 일곱번째 날’의 연작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사랑, 죽음, 부와 권력의 일환으로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이어 연작의 마지막으로 출간된 책이라 한다. ‘악마와 미스 프랭’은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부와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 발휘되는 모습을 황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날 때 어떻게 발휘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야기기는 모두 선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어느 조용한 시골마을에 한 이방인이 나타나면서 시작되고 있다. 이 이방인은 부와 권력의 언저리에서 성공한 삶을 살다가 예기치 않은 일에 아내와 두 딸을 잃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다. 그가 그의 실험을 위해 선택한 마을 ‘베스코스’는 한때 상업도시로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마을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 이방인은 마을의 호텔에 근무하는 미스 프랭에게 황금 덩어리를 보여주며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제안을 한다. 일주일 안에 이 마을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간다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쓰고도 남을 황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부모도 없이 가난하고 답답한 일상에 묻혀 살며 자신의 삶에 변화를 원하는 미스 프랭은 이방인의 예기치 않은 제안을 받고 심한 갈등을 겪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의 제안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성당에 모여 신부, 읍장, 지주 등의 유지들이 각자가 원하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희생양의 필요성을 말하며 희생양은 마을에서 혼자 살아가는 베르타라는 노파로 모아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삶은 우리를 난관에 봉착시켜 우리의 용기와 변화의 의지를 시험한다. 그럴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거나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달아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일주일, 그 정도면 우리가 운명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작가 노트’중에서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관심은 명확하다. 황금에 대한 유혹, 일주일이라는 주어진 시간, 자신을 대신할 희생양의 선택 등의 과정에서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가에 있다. 부와 권력을 손에 쥘 기회를 직면할 때 인간의 본성이 발휘되는 모습을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측면, 운명을 결정의 순간에 작용하는 선과 악의 모습 등으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특수하고 극한 상황에서만 선과 악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소한 일에서도 늘 상 대면하게 된다. 

‘악마와 미스 프랭’에서는 그간의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저자의 자아성찰이나 영혼의 울림에 대한 탐구과정에 대한 구성이 다른 작품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황금의 유혹, 희생양, 악마와 천사 등의 설정이 다분히 인위적인 느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 죽음, 부와 권력이라는 3부작의 마지막은 부와 권력이라기보다는 ‘선과 악’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는 한 인간이 절대적으로 양자 중 어느 하나의 본성을 갖는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선과 악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내부에 함께하고 있으며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양자 사이를 왔다갔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달리 나타난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내 놓으면서 타인을 위해 서슴없이 행동하기도 하지만 그냥 단순한 재미를 위해 지나가는 어린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인간 본성의 무엇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일까?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악마와 미스 프랭’을 통해 인류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다시한번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