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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책장을 돌아보게 하는 자기계발서
최근 책의 유용성을 살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책이 가지는 가치가 오늘날 보다 훨씬 높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세상과 사람의 삶이 담긴 책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었던 ‘책쾌’라는 책의 유통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책을 단순히 밥벌이의 대상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책에 담긴 세상의 가치와 그 효용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이며 당연히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책이 가지는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의 저자 윤정은은 바로 그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배운 세상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라온 환경에서 책 밖에 다른 통로가 없었다는 저자의 인생은 책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철학, 역사, 인문, 문학, 시, 예술,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책 탐구는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이 책의 부제가 결코 과정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렇게 빠져 살았던 책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 책 속에서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가지며 그 꿈을 실현할 방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를 그동안 섭렵했던 책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에는 저자의 사유의 결과를 총 4부로 나누어 보여준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이 그것이다. 개인의 자잘한 일상에서 출발하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지금의 생활에서 출발하고 그 생활의 모순을 해결하는 현실로 모아지고 있다. 이 점이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유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한다. 현실을 벗어난 현학적인 사유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고 현실에 기반을 둔 사고, 그것이 내 철학의 뿌리가 내게 있다는 말로 압축되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가꿔가도록 만드는 자기계발서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자의 한 사람인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말은 다니엘 페니크가 말했다고 하는 독자의 절대적 권리 열 가지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그것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씹고 씹어서 나름대로 소화가 되어야 나올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저자가 서두에서 말한 대로 라면받침으로 쓰더라도 곁에 두고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