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길에선 순례자의 자기성찰의 과정을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울고, 웃고, 좌절하며 때론 행복의 순간을 느끼는 그 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어쩜 돌아보지 않은 이유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개인적 한계를 인정하며 안주해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걸었던 여정을 쫒아 자신만의 길에 당당히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의 길’,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길일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질문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그 길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자신의 길’에 대한 탐구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작가이며 또한 예술가들의 창작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길에 대한 탐구가 선택받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길이 아닌 누구나 가는 길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그 사람이다.

파올로 코엘료는 작가의 길을 걷기 전에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모와의 불화, 정신병원 입원, 법과대학 중퇴, 히피문화, 반정부활동으로 수감, 음반회사, 대중음악 작곡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한 저자는 아름다운 부인과 안락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복잡한 생활 경험에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탐구의 기반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나와는 구별되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생각이 아닌가 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더 그런 생각을 할 기회가 많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탐구해가던 영적 탐험의 길에서 좌절을 맞보고 삶의 전환점에서 마스터에 의해 선택된 ‘산티아고 길’의 순례자가 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일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서인 소설 ‘순례자’에 담았다.

자기 수행의 길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얻고 진일보한 내면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순간 맞보게 되는 좌절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는 순례자를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순례길의 안내자 페트루스와의 갈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그 내면의 소리는 칠백 킬로미터가 넘는 산티아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수렴된다. 안내자이자 스승인 페트루스는 순례자가 내면의 소리를 스스로 듣고,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우주의 영혼의 소리 듣고, 훈련하며, 영적 체험을 한다. 스승인 페트루스는 긴 여정을 친절하게 안내하지만 마지막 순간 순례자를 남기고 떠나며 ‘자신의 길’의 주인은 오직 자신이라는 가르침에 대한 확신을 남긴다.

'영혼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파울로 코엘료의 가치관과 작품세계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는 ‘순례자’는 산티아고 길의 끝이 저자의 자기성찰의 길이 끝나는 지점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향한 진정한 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티아고 길의 순례자는 선발된 특정한 몇 사람들만 자아를 찾아가는 길의 주인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그 길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길이 있고 그 길에서 발견하는 진리의 주인 또한 각자 자신이라는 교훈을 말한다. 순례자는 종교인이 성지를 찾아가는 길만이 아니라 자아를 찾아 나선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인생의 길에서 만나는 온갖 역경과 좌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목표를 향한 강한 동기부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임을 바탕으로 진리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닌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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