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구름과 친구하는 가을하늘 아래 
대웅전의 가슴마냥 넓은 앞마당이다.
멀리 조계산 너머 선암사가 
이 풍요로운 가을을

또 가슴에 안고 있을 것이다.




관음전 옆 숨겨진 공간에선
깨달음을 향한 정진이 높은 하늘처럼 번득일 것이지만
그 모습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더하고




속세의 분주함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중생들의 마음이 모여
다리 건너 피안의 세계를 향하지만




여기에서 마져 내려 놓지 못한 아쉬움은
길게 이어지고 있다.
기다리는 뒷모습엔 미혹에 쌓인
초조함이 묻어난다.

 


차라리
시간과 하늘마져 담아내는 
갇힌 물의 꿈이 커 보이는 날




마감을 예비하는 햇살은
그 붉은 마음을 단풍잎에 남겨두고
미적거리는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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