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 같은 한 가을날의 밤 풍경
(빛고을국악전수관 발표회)









 



사람들이 모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인 사람들의 가슴은 가을날 맑은 밤하늘의 달빛을 담았다. 다소곳한 화장으로 꽃단장한 사람들도 그렇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 모두의 가슴속에 담긴 것은 한가지로 보인다. 환한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달빛처럼 전하는 것이 마치 조선시대 박제가와 홍대용이 그 벗들과 한 여름날밤 수표교 위에서 풍류를 즐겼던 그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시간을 거슬러 그들이 신분 나이를 벗어나 오직 가슴에 담긴 멋으로 누린 풍류가 오늘밤 이곳에서 재현된 것이다.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 운영하는 빛고을국악전수관에는 매년 한 번씩 이렇게 가을밤 달빛을 가슴에 담은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연다. 이들은 매주 한 두 차례씩 모여 일상에서 못 다한 꿈을 펼친다. 민요, 판소리, 고법, 장구, 해금, 가야금, 대금 등 자신의 가슴에 숨겨둔 멋을 드러내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갈고 닦기를 수없이 반복한 그 기량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 보이며 함께 나누고 누리는 것이다.

이미 이들에게는 어설픈 몸짓도 어긋나는 음정박자 상관없다. 전문가들의 원숙한 기량보다 때론 서툴기에 더 친근하며 감동의 미소를 번지는 한다는 것을 안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박수치고 웃으며 따라 부르는 공감과 어우러짐이 우리가 누리는 문화의 진정한 멋과 맛이리라.

이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시간을 신명을 다한다. 그저 즐겁게 주어진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흘러가버린 청춘을 돌려받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물며 무대에 오른 그들의 얼굴에는 생전에 그런 호사가 없다는 듯 밝고 설레임 가득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잔치에는 하려함 보다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그렇기에 더 정겨운 자리가 되는 것이리라. 이렇듯 우리 문화는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 왔다. 생활과 떨어져 박제화 된 문화가 아닌 서툰 몸짓일망정 따스한 가슴으로 격려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가슴속 꿈으로 간직한 책과 그림 속 옛 선비들이 그들만의 멋을 누렸던 것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런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나 싶었는데 바로 오늘 같은 가을날 하루 밤 나들이로 그 꿈을 실현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내 꿈은 책과 그림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버젓이 현실에서 부릴 수 있기 유효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꿈을 실현해 갈사람 역시 먼 이웃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임을 알게 된다.




가을날 밤 잠깐으로 끝난 잔치지만 이 여운은 오래남아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당당한 것은 내년 다시 맞을 그 꿈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진지한 삶을 살아갈 그들이기에 언제나 꿈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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