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
책을 조금 본다는 사람에게 ‘왜 책을 읽느냐?’ 고 물어본다면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이 자명하지만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하게 되면 그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일 것이다. 자문자답의 결과 ‘세상과 만나 소통하는 시간과 공간’ 이라 답하곤 한다. 작가는 그 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이기에 작가들 마다 그들의 세상이 있다고 본다. 책은 바로 각기 다른 세상을 만나는 중요한 소통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책읽기가 나름의 과정을 거치며 책읽기를 즐겨하는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관심을 모우는 책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 책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다. 요사이 그런 책이 자주 발간되고 있어 혹시나 책 발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경향성은 출판사나 저자 그리고 책을 즐겨 읽는 독자들 사이에 책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책으로 인해 스스로 읽지도 않고 남의 책읽기를 자신의 것인 양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면 기우일까?

그렇더라도 이런 부류의 책은 책의 세상으로 가는 훌륭한 안내이자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것도 한꺼번에 수십 권에 달하는 책을 한권으로 요약해서 볼 수 있는 매력 말이다. 그 선두에 선 사람이 이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의 저자 장정일이 아닌가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책읽기의 변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독서‘일기’에서 ‘독서’일기로 말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개인적 관심사가 독서‘일기’라면 이제는 보다 ‘책’에 더 집중하려는 저자의 의도라 보인다. 그렇듯이 이 책은 자신이 책을 선택하는 방식을 제목으로 축약시키고 있다. 도서관에서 주로 빌려 읽기에 빌린 책이며 그 중 소중하고 싶어선 산 책 그리고 더 이상 소장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버린 책이다.

책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기 마련이고 나 역시 그렇지만 책을 선택하는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책 속의 책을 찾아가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를 저자는 책들의 관계 맺기라고 한다. 이는 관심분에 대해 깊이 읽기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책읽기는 바로 이렇게 나아가고 있다. 도한 저자는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책읽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시대정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장정일 역시 그런 시각으로 책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책이기에 책은 그런 세상의 단순 반영이 아니라 저자의 가치관을 오롯이 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책의 목록을 보면 저자의 관심으로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가볍게 때론 거친 자신의 감정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페이지)

이 말이 저자 장정일이 책을 읽는 목적이라고 본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 보는 책이라면 저자의 눈은 바로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오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인다. 장정일의 책읽기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지점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사라지지 않을 책 문화를 위하여’에서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은 앞에서 스스로 읽지도 않고 남의 책읽기를 자신의 것인 양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염려를 불식 시킬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일기 식의 책 안내서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책의 세상을 깊이와 넓이를 더해 직접경험으로 이끌 이러한 책 안내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