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칼 - 100년의 잔혹시대를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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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00년 전 영웅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칼이 칼을 부르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아비가 자식을 죽이지만 잡은 권력이 이를 정당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웅은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런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의 꿈은 무엇일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화로운 시대를 꿈꾸겠지만 권력의 정점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혼란스러움은 분명한 기회일 것이다.

일본의 걸출한 국민적 영웅이며 무사들의 활개를 치던 센고쿠시대를 평정하고 일본을 태평성세의 평화시대로 이끌어 온 영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사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1543~1616)는 어린 시절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인질로 살아가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최후의 승자로 등장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이 책 ‘기다림의 칼’은 바로 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삶을 조명한 책이다. 일본 막부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영웅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었지만 최후의 승자는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살아왔던 다른 영웅과 무엇이 달라 최후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까?

자신보다 힘이 쎈 사람에게는 철저히 복종하고 싸워서는 반드시 이기고 얻은 지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세상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힘이었다. 하지만 그 힘만을 무기로 세상에 군림만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점이다. 또한 우위에 있던 힘을 이용 자신이 다스리는 막부의 경제적 기반과 심지어 글도 능숙하게 읽지 못했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키웠던 지도자로써의 지혜도 갖추고 있었다. 더불어 근거지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자 토목공사를 벌이거나 광산을 확보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질서확립 등에서도 미리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실리가 있을 때 만 움직였으며 외교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대표하는 말 ‘기다림’은 자신의 처지와 존재 근간을 잘 알았다는 말이 될 수 도 있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상대보다 힘이 우위에 있을 때 비로써 움직이는 실리가 없으면 철저히 기다리는 인내심까지 있었기에 최후까지 살아남아 승자의 위치에 올랐다는 말일 것이다. 영웅은 혼자 힘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가신이라고 불리는 친위부대가 있었고 그를 따르는 민중들이 있었기에 그 힘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평전이라고 본다면 이 책은 구성이 특이하다.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일반적 형식이 아니라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목숨을 담보로 전쟁이 판치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에 오히려 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가 다르다는 말로 모든 것을 해명할 수는 없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살던 시대와 오늘날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정도의 차이나 나타나는 겉모습은 달라도 현실 정치판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날 정치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분명 배워야 할 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혼자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대정신과 대의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궈나간 역사란 사실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롭게 조명 된 것도 일본의 상황이 변한 2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한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영웅의 이야기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가치를 달리해서 평가 받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엇에서 혼란스러운 현 시대를 이끌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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