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뮤직 러버스 온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18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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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욕망
사람의 감성이 다른 것처럼 사랑의 모습도 제 각각이다. 오직 사랑의 주인공들 자신에게만은 절대적인 감정의 충만 상태에 있기에 그들에게는 늘 사랑의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오늘날 사랑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순고한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닌가 한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해 그로부터 사랑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변한 것이라 한다면 달리 이유를 붙일 수 없을지라도 뭔가 허전함이 밀려드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

‘솔 뮤직 리버스 온리’는 이런 변화된 사랑의 모습만큼 낯선 느낌을 강하게 전하는 소설이다. 일본 신세대 문학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저자 야마다 에이미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랑, 이국적 감성, 성애의 발현 등 저자의 문학의 원형을 보여 주는 단편들이라는 이 소설집은 작가 역시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집에는 여덟 편에 달하는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하나같이 주인공의 도발적이면서 감각적인 사랑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 소설들의 감성적 배경에 흐르는 솔 뮤직이라는 음악이 있다. 솔 뮤직(soul music)이란 암흑의 노예제도하에서 발생한 미국 흑인들의 음악으로, 1950년대 말 미국에서 리듬앤드블루스와 가스펠송을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 장르로 형성되었다. 이들 소설의 감성적 기반인 젊은 남녀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적과 적절하게 어울리며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WHAT’S GOING ON‘의 개과천선형적인 여자 아이다를 필두로 ’ME AND MRS. JONES‘의 대담한 사랑 놀음을 전개하는 유부녀 미세스 존스, ‘검은 밤’의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한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을 즐기는 티나와 그로우니, 고등학생 배리의 첫사랑을 그린 ‘PRECIOUS PRECIOUS’, ‘MAMA USED TO SAY’에서 새엄마와 위험한 사랑을 나누는 브루스, 남자의 질투심을 부추기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여자 데니스를 그린 ‘GROOVE TONIGHT’, 친구의 미망인을 향한 욕망을 담은 ‘FEEL THE FIRE’, 한 남자의 묘한 사랑을 그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까지 하나 같이 낯선 풍경들이다.

‘사랑을 아직 난 몰라서 더는 가까이 못가요. 근데 왜 자꾸만 못난 내 심장은 두근거리나요.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수도 없네요...... 달빛이 너무나 고와서 그냥 갈 수가 없네요.’(여우비, 이선희)

저자가 후기에 밝힌 ‘한 남자를 사랑하면 단편소설 하나를 쓸 수 있다.’는 말은 각각의 사랑에 담긴 진정성의 표현이라고 본다. 하지만, 사랑은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하는 숙제와 같다는 말처럼 애초에 정답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 노래에서 말하는 사랑의 은근함이나 아릿함보다 즉각적이고 욕망의 화신 같은 모습이 어쩜 솔직한 사랑의 본질에 해당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들 주인공이 보여주는 사랑은 솔직함의 표현이라고 인정해 주더라도 나이 먹어가는 사람의 감정상 공감하는 바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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