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 다츠지 - 조선을 위해 일생을 바친
오오이시 스스무 외 지음, 임희경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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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이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치욕의 시기가 있다. 민족의 삶의 총화가 민족의 역사이고 그 민족의 역사에서 타 민족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굴복이 민족에게 남긴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결코 잊혀 지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일제식민지의 기간이 바로 그것이며 그로인해 지금까지도 그 감정은 누그러들지 않는다. 개인을 넘어 민족 전체가 공감하는 감정을 민족감정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일본과의 관계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결이 펼쳐지는 거의 모든 장에서 격분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는 다 지더라도 일본에게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올해로 경술국치로 불리는 을사조약이 체결 된지 100년이 되었다. 그 긴 시간동안 형성된 반일 감정 앞에 한 사람이 얼굴을 들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으로 우리나라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반일 감정이 살아있는 현재에 이르러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을까?

‘후세 다츠지’ 이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일본인이다. 그는 일본열도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고 장래가 촉망되는 법조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 길을 버리고 변호사로 진출 ‘권력에 의해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변호를 자처하고 나선 일본의 지성인 변호사였다. 그가 무료변론의 대상으로 삼은 노동자, 농민, 조선인, 대만인 등 그의 기준을 보면 빼앗긴 인권에 대한 분명한 자기 각성이 전재되어 있다. 당시 일본의 상황에서 보면 분명 깨어있는 지성인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또한, 후세는 인권의 문제뿐 아니라 민족의 문제에도 그 힘을 발휘한다. 나라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빼앗긴 인권은 당연하기에 일제 침략의 당사자인 일본인이었지만 일본의 문제는 조선의 독립과 직결된다는 자각을 바탕으로 당시 강압적인 파시즘의 압제를 뚫고 투쟁의 길에 설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히 당시 조선인들에게 더 없는 응원군이었으며 친구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넓을까? 자그마한 몸체에 온 우주를 담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기도 하지만 때론 바늘하나 꽂을 틈마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지극히 이기적인 삶으로 타인과의 소통엔 도무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내 놓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 느끼는 감회는 사뭇 다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부와 명성, 안락한 삶을 버리고 가시밭길을 서슴없이 걷게 하는 것일까? 후세 역시 당시 상황에서 그러한 일을 하는 데에는 목숨을 건 결심이 있었을 것이다.

민족감정이라고 하는 것도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변하기 마련이다. 지구촌이라 불리는 현대사회를 우리민족이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일본과의 실제적인 관계 정립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지난 일을 잊자는 소리는 아니다. 지난 역사의 평가와 그 후속조치가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라지만 현대사회 속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분명하게 있고 그와는 상관없이 개개 국민들의 교류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의 교류를 통해 소통되고 있다. 그 소통의 길에 법정에서 길거리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현대 일본인들이 있고, 그들은 바로 민족의 틀을 벗어난 지성인 후세 다츠지 같은 사람들의 마음과 뜻을 이어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2007년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진행한 ‘후세 다츠지전’의 행사에서 강연한 후세 다츠지의 손자를 비롯하여 후세 다츠지의 도움을 직 간접적으로 받았던 사람 드리고 후세 학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물론 2000년에 한국에서 열렸던 ‘후세선생 기념 국제 학술대회’ 및 MBC 방송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음도 밝히고 있다.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진정 인간을 사랑했던 한 사람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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