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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의 다른 면을 보는 즐거움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으로는 개인적 성장경험과 더불어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사의 흐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가치관을 구성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각각의 사항에 의해 일관성을 가지는 가치관의 큰 흐름이 결정되어 진다고 보면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개인의 이러한 가치관은 자신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마련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사회인들 특히, 정치인이나 역사학자, 문학인들의 가치관은 그 활동 범위에 의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은 그들의 활동에 의해 검증받아 사람들로부터 긍정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막대한 작가의 경우는 어떨까?
[고슴도치와 여우]는 바로 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 작가가 가지는 역사관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톨스토이의 불후의 명작을 놓고 ‘이사야 벌린’이라는 사람이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는 말에 근거하여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여우형’인지 ‘고슴도치형’인지를 밝혀가는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작업을 시도한 ‘이사야 벌린’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성장하고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이후 영국으로 이주했다. 세인트 폴스 스쿨, 옥스퍼드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수학하고 올솔즈, 뉴 칼리지의 특별연구원을 거쳐 울프선 칼리지의 초대 학장과 사회, 정치 이론 분야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러시아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개념의 범주’, ‘현실 감각’ 등이 있다.
[고슴도치와 여우]의 출발점이 되는 인간형의 구분, 고슴도치와 여우는 우선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인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에 관련시키는 사람은 고슴도치형이라고 하며 서로 모순되더라도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여우형이라 규정한다. 다분히 흥미로운 탐색의 과정이지만 흥미위주에 머물지만은 않는다.
이 책에 의하면 톨스토이의 다양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 그가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루소나 스탕달을 비롯하여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사상적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다양한 작가들과 사상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메스트르와 톨스토이를 비교 분석하는 저자 이사야 벌린의 탐구과정은 디양한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그만의 역사관을 찾아가는 여정은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저자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를 ‘여우형 인간이면서도 고슴도치형 인간을 추구’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혈액형처럼 결코 한사람에게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톨스토이가 가지는 자체 모순의 근원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어떤 인간형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의 문학과 그 삶을 이해하는 징검다리 하나를 발견한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