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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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 없는 좁은 길
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가 보는 세상과의 소통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가치관을 갖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한 사건을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며 이것은 그 사건의 진실과는 다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인정했을 때 다양성에 기초한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문학 작품을 대할 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숱하게 많은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작가의 의도나 평론가들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작품해석이 가능하도록 그 기반이 되는 것 역시 개인이 가지는 가치관의 차이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앙드레 지드의 작품을 만날 때도 평론가들의 평론보다 더 먼저 다가오는 것이 독자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을유문화사 발행 [좁은 문·전원 교향곡]은 앙드레 지드의 대표적인 두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좁은 문]은 젊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제롬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이야기다. 외사촌 누이 알리사를 사랑하는 재롬의 순수함과 알리사의 희생적인 사랑이 돋보이는 내용을 따라가 본다.

제롬을 몹시 사랑하면서도 동생이 제롬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알리사는 결혼에 대해서 멀리하게 된다. 동생은 언니와 제롬 사이에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도피성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는 또 다른 알리사의 고민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롬과 알리사는 헤어지고 수년이 지난 후 알리사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제롬이 집으로 방문하여 마지막 만남을 가진 후 영영 이별하게 된다. 마지막 상봉이후 알리사는 집을 떠나 파리에 있는 요양원에서 죽는다. 뒤쪽에 실린 알리사의 일기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과 그들이 처한 조건에서 사랑 이외의 것에 의해 다른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결혼 자체를 거부하고 살아가게 되는 모습은 시대를 건너 오늘날도 여전히 유의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몇 십 년 전 가난하게 살아가던 우리들의 누이를 생각나게 하는 알리사의 모습에서 애잔함을 보는 것이 지나친 감정은 아닐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나 아버지를 보살펴야 한다는 구체적 환경은 다를지라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누이들 말이다.

[전원 교향곡]은 스위스 산간 마을을 배경으로 한 목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사는 아내의 불평에도 불구 어느 날 의지할 곳 없는 장님 소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 불쌍한 소녀를 자식들 이상으로 정성껏 돌보며 열성적인 교육의 결과로 정신적, 지적으로 성숙한 아가씨로 성장한다. 자신을 돌봐준 은인 목사를 향한 제르트뤼드의 감사의 마음이 사랑으로 변하고 목사도 이성(異性)에 대한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목사와 그 아들 자크 그리고 성장한 소녀 제르트뤼드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제르트뤼드가 죽음으로써 결말을 맺고 있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성직자로써 목사, 중년 남성의 욕망 등과 결부되면서 겪게되는 내면의 갈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좁은 문], [전원 교향곡] 이 두 작품의 근저에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흐르고 있다. 그것이 종교적인 숭고함이든 상식을 벗어난 세속적인 사랑이든 간에 이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깊은 신뢰는 인간의 영원한 테마 ‘사랑’의 영속성을 생각하게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이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바뀌듯 문학작품 속 사랑의 모습을 바라볼 때도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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