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스미다 - 그대에게 띄우는 50장의 그림엽서
민봄내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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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담은 자기고백 

낯선 여행지를 돌아와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넘칠 때면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그림엽서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엽서에 다 담아내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어느새 눈앞에 보이듯 펼쳐지는 환상을 보기도 하고 당시 마음속으로 들어와 든든하게 자리 잡아 이제는 위안이 되는 풍경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조그마한 그림엽서지만 그것을 매개로 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기에 소중함은 누려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자주 찾아가는 갤러리, 긴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화가들의 그림을 대할 때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다. 화가의 도록이 그것이며 또한 그림을 담은 작은 엽서가 그것이다. 가능하면 그 그림의 주인공 화가의 친필 사인까지 받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시간이 지나고 훗날 엽서로 다시 만나는 작가와의 소중한 감정 나눔이 이뤄지는 매개이고 내 마음 다독여준 여운이 있기에 그 역시 소중함으로 남아 있다.

[그림에 스미다]는 이름만큼 낯선 작가 민봄내가 성장통을 겪어오는 동안 자신을 다독여준 그림을 매개로 한 소중한 자기고백이 들어있다. 그대에게 띄우는 50장의 그림엽서라는 부재가 붙어있지만 여기서 그대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것처럼 다가온다. 작가의 이력으로만 봐선 심각한 방랑벽이 있는 듯 하고 아직은 가슴속 채워가지 못한 아쉬움이 넘치는 젊음이 보인다. 그래서 민봄내라는 이름이 주는 생경함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게 다가온다.

인연, 느낌, 모티브, 여행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된 자자의 자기고백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깊은 자기성찰이 담겨 있다. 애써 구분해 놓았지만 특별히 다른 점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담담하지만 숨 가픈 작가의 자기고백에 쉼표를 찍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자기고백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성장통, 작가 주변사람들의 따스한 삶,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마음과 특히 부모님에 대한 애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림에 스미다]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 접하는 작가이거니 흔하지 않은 이름의 생경함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무척이나 고심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도 쉽지 않은 점이 있다. 민련(딱하고 가엾음=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알게 된 뜻이다)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구근, 생심, 연찬 등 곳곳에 보이는 낯선 낱말은 내를 건너기 위해 건너다 만나는 징검다리처럼 감정의 흐름을 멈추게 한다.

자신의 고백에 어울리는 그림에 담긴 엽서는 작가의 자기고백과 묘한 어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때론 억지스러움이 있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엽서에 담아 그대에게 보내는 작가의 마음에 깊은 성찰이 보여 좋다. 또한 책 속에 담겨 있는 그림만 찾아 읽어도 화가의 도록처럼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보여서 책 속의 그림책인 것 같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가의 마음에 담긴 이 이야기는 결국 주변사람에 대한 사랑이고 저기 자신에 대한 힘겨운 고백처럼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애써 살아왔으니 앞으로 다가올 삶 또한 그렇게 애쓰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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