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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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장이 - 자존심을 일궈온 삶
장인이란 어떤 한 분야에서 스스로 우뚝 선 경지를 이룬 사람들을 부르는 말일 것이다. 그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지난한 시간과 노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어떠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간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칭송과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홀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장인들이 이룩한 눈부신 성과를 폄하하고자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이룩한 성과에는 혼자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 그가 살아온 역사 문화적 유산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숨겨진 일꾼들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그 위대한 성과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함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장인정신의 표본으로 삼을 만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옻칠장이 전용복, 그가 나고 자란 우리 땅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현대 옻칠의 자존심이라 자칭하는 일본에서 우리 조상의 옻칠을 이어받아 우뚝 선 사람이다.

[한국인 전용복]은 바로 그 옻칠장이 전용복의 옻칠과 더불어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혼란과 가난으로 점철되었던 시절에 태어나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학업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묶였던 시절부터 옻칠을 만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일본에 건너가 국보급 문화재를 복원해낸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한국인 전용복] 이 책의 압권은 무엇보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자존심을 건 장인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년의 준비과정 3년에 걸친 복원과 창조의 순간순간 그와 함께한 한국의 장인들의 숨결이 눈앞에 펼쳐지듯 담겨진 이 책은 단순한 전용복 개인의 자서전 성격을 넘어서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부러운 점은 전용복의 불굴의 장인정신도 있지만 문화재를 대하는 일본사람들의 마음이다.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어가지만 선조들의 정신을 현대에 이어가려는 그들의 마음은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또한 자신의 외로운 길에서 얻은 귀중한 결험을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나누려는 마음, 선조들이 물려준 빛나는 유산을 현실에서 살려내 공감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려는 눈물겨운 노력은 진정한 장인정신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장인의 현대적 의미가 전통을 되살려 복원하는 것과 함께 그 결과물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 [한국인 전용복]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다.

옻칠의 신비를 영구성, 자연친화성, 아름다움에서 찾는다는 장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옻칠공예가, 한국인 전용복이 왜 23년 간 이나 일본에 머물러야 했을까? 한밤중에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이 다시금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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