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세요
이상훈 지음, 박민석 사진 / 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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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가슴에만 담긴 꿈 

고향, 부모님, 생각만으로도 가슴 속 깊이 그리움을 안기는 말이 있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근거와는 상관없이 부모님과 인연 맺고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향수가 있기에 늘 마음 한구석 차지하는 그리움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생활이 어려울수록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불쑥 불쑥 솟아나는 것이다. 나이 들어 돌아갈 마음의 터전이 고향이며 부모님인 것이다.  

 나에겐 부모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알지 못하는 애잔함이 있다. 청산하지 못한 빚처럼 마음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그분이 살아온 온 생을 직접 보고 살아왔지만 그분이 내게 걸었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함이 제일 클 것이다. 지난 어버이날 모처럼 찾아뵙고  일손을 거들면서 곁눈질로 보았던 그분의 작아진 체구는 더욱더 깊은 아득함으로 다가왔다.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는 영화감독이자 방송국 연출가인 저자 이상훈이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부모님에 대한 속 깊고 가슴 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32가지 이야기는 무엇 하나 나 자신의 마음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내 자식만은 나와 다른 삶을 살기를 염원하는 마음, 자식에 대한 애틋함을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도 표현하지 못했던 아버지, 자식과 남편 그리고 시부모 틈바구니에서 가슴 졸이며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몰래 몰래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이 모든 것들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새록새록 넘치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어쩜 이렇게도 꼭 내 이야기만 같을지 책장을 넘기는 손이 몇 번이고 멈추고 만다. 특히, 아련하게 밀려드는 깊은 회환을 더 건드리는 사진이 있어 눈길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저자가 제시하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의 표현 방법으로는 전화 드리기, 손잡아 드리기, 함께 목욕하기, 함께 자기, 함께 밥 먹기, 함께 사진 찍기, 여행하기 등 어떻게 보면 지극히 사소한 이런 일들이 어쩜 부모와 자식 간에 깊은 정을 모두 표현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담긴 32가지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이토록 쉬운 것들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세월만 흐르고 남는 것이 회환이다. 그래서 언제나 효(孝)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은 늦는다는 말이 있나보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짧은 문장을 가슴에 담고만 살아오는 동안 나 역시 아버지가 살아온 그 길을 고스란히 걸어왔다. 오늘만은 오늘만은... 하면서도 늘 미뤄왔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볼수록 새록새록 솟아난다. 더 늦기 전에 진정한 효도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나 부터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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