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들, 행인들 을유세계문학전집 7
보토 슈트라우스 지음, 정항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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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 타자와의 소통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복잡하고 중층적이며 때론 스스로가 알지도 못하는 사회적 구조 속에 편입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간들에 대해 규정하는 말로 소위 ‘타자’가 있다. 타자란 순수하게 자신과 구별되는 타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타자라는 말 속에 이미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범주에 속하는 말로는 무엇이 있을까? 

독일의 작가 보토 슈트라우스의 에세이 [커플들, 행인들]에는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자로 지칭되는 ‘커플들, 행인들’은 바로 자신과 구별되기도 하지만 관계 속에서 묶여있기도 한 타인들의 모습을 세심하게 때론 무덤덤하게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포함한 타자들인 인간의 본성을 찾아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커플들, 행인들]에는 커플들, 차량의 강물, 글, 황혼/여명, 단독자들,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등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하나하나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어질 듯 하면서도 또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낯선 작가의 낯선 문체에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읽어가기가 만만찮다. 작가가 이 글 속에 담고 있는 인간들의 사랑, 고향, 문학, 회상이라는 중심테마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섯 편의 글속에 담긴 사람들은 철저히 현대사회의 규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유형들이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 주된 속성이 섹스이며, 커플이라고 하지만 소통이 아닌 고립이며, 낯선 행인들 속에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 있다.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교묘한 파편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커플들의 첫 장면에서 들리지 않았던 무슨 소리는 마지막 편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의 ‘어느 여인의 노래 소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처럼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숨겨진 장치에 의해 연결된 이야기의 구도는 이해하기 힘든 줄거리에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그나마 이어주고 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업화, 개별화, 군중속의 고독 등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을 다루는 여러 가지 말들 속에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은 끝임 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문학작품, 문화적 요소를 통해 등장하는 이러한 모습은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작가 보토 슈트라우스 역시 커플들, 행인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해가는 과정을 나타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자기 존재인식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공감을 얻는 과정이 있어 새로운 기회였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정서와 공감하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면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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