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7
서머싯 몸 지음, 안흥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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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사이의 인간 모형
우연의 연속으로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들려오는 소문은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하나 둘 조합하여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게 된다. 마치 영화의 스틸사진을 관찰자의 자리에서 무심하게 바라보지만 스틸사진의 연속된 이미지가 모여 영화의 내용을 구성하듯 점점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에 의해 한사람을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상을 엮어가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이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에 가족, 친구, 동료 등 이러한 인간관계를 벗어난 삶을 구상하기에는 제약조건이 많은 것이다. 그렇기에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선 사람들은 심각한 갈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의 경우 고집스럽게 자기 삶을 정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의 삶은 일상을 소통하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기에 늘 고독과 외로움 등이 동반하는 것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바로 그렇게 살아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이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는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단편적으로 쫒아가며 인간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서머싯 몸은 프랑스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자랐다. 의학을 공부하지만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단편을 비롯하여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작가로서 확고한 지위에 오르게 했던 [달과 6펜스] 이외에 <인간의 굴레>, <과자와 맥주>, <나뭇잎의 하늘거림>, <높은 사람들>, <어느 작가의 노트> 등이 있다.

[달과 6펜스]는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런던의 평범한 주식중개인이자 처자가 있으며 40대 남자다. 여름휴가를 다녀 온 어느 날 갑자기 처자를 버리고 파리로 간다. 문인들과의 교제를 일상으로 여기며 살던 부인은 갑작스런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지만 남편이 화가의 길을 가기 위한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이유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파리로 간 찰스 스트릭랜드 경제적 어려움, 사람들과 소통의 문제 등 온갖 악조건을 만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간다.

오직 자신의 열정만으로 주변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찰스 스트릭랜드는 굶주림과 병으로 죽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주인공을 구한 건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더크 스트로브다. 하지만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의 부인과 동거하며 더크 스트로브를 배반하게 되고 결국 부인의 자살로 이어지는 파란을 일으키지만 자신의 도덕적 책임마저 부인하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파리를 떠나 방황하던 찰스 스트릭랜드는 타히티 섬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에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던 중 문둥병에 걸려 삶을 마치게 된다.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따라간다는 흥미로움을 넘어 [달과 6펜스]는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독특한 인간 유형을 통해 인간의 근본에 대한 성찰로 이어간다. 냉소적이며 극단적 이기주의로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삶,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도 게의 치 않는 스트로보로 대표되는 일련의 사람들의 삶이 극과 극으로 대칭되는 구도는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선과 악, 이렇게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만 인간관계를 파악한다면 두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지루할 만치 섬세하게 그러지고 있는 점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상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제목 [달과 6펜스]에 담겨진 본래의 의미가 무엇일까?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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