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3판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3
E. H. 카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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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을 갖추다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사람들의 경우 다수가 경험하겠지만 한권의 책이나 한 사람의 저자에게서 얻은 공감으로 매료되어 같은 주제나 동일한 저자의 책을 찾아 읽는 경험이 있다. 이것은 나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탐구과정이었다. 그중 하나가 우리 역사인 조선시대의 획을 그었던 왕, 정조에 대한 관심이 10여권이 훌쩍 넘어서는 정조관련 책으로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덕일이라는 저자를 알게 되었고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알게 된 <조선의 힘>의 저자 오항녕의 저서를 접하게 되면서 이덕일에 대한 관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특정한 저자에 끌린다는 것은 그 자자가 책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주장에 공감하는 면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저자를 통해 얻었던 지식이나 공감이 다른 저자의 주장을 접하면서 흔들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가진 지식이 미흡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한발 나아가 책을 출판하는 저자라면 당연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특히, 소설 등의 문학이라는 장르가 아닌 역사서라면 더욱 강조되는 것이 저자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대두된다고 본다. 일반인이 역사를 바라보는 조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인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역사학자나 역사가라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는 그 무게를 점점 더 무거워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점에 다시 만난 책이 바로 E. H. 카(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막 대학을 입학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멋모를 때 접했던 책을 제법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앞에서 말한 상황에 맞물려 마치 그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 조금은 서두른 마음을 읽게 된다. 왜? 사람들은 역사를 접하려고 할까. 나와 같은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춰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꾸려갈 희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나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 그동안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역사 또는 역사적 사실로 이끄는 대중적인 저서로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저자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규정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자세와 역할 그리고 책무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1900년 전반기까지의 역사학계의 흐름을 살펴가면서 역사라는 학문이 등장한 배경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역사에만 국한되는 시각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녀야 할 기본 의식에 대해서까지 포괄하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역사가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저자는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 첫째, 그 역사가가 사회와 역사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제한된 시야를 뛰어넘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그 역사가가 자기 견해를 미래에 대해 투입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상황에 전적으로 국한되어 있는 역사가들 보다는 과거에 대해 더 깊고 더 지속적인 통찰력을 요구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역사가 역시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자신이 선택한 역사적 사실을 평가, 해석함에 있어 보다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본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며 역사에 관심을 높여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의 성공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관심에서 흥밋거리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래본다. 다시 접하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특히 저자의 긍정적인 역사인식에 공감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미래를 개척할 힘을 얻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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