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12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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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의 끝을 보다
억지를 부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긴 호흡의 맺음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겪어야 할 무엇이 있다면 소설에서 나마 그 모든 것을 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욕심 말이다. 생노병사와 희노애락,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살아가는 사람의 삶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살아가는 동안 나 역시 그 모두를 겪으며 살 수 밖에 없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 것 역시 그 모든 것에 대한 경험일 것이기에 서슴없이 책의 세상으로 뛰어들게 된다.

홍루몽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사는 환경과 조건이 어떠하든 태어나서 병들고 사랑하다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담았기에 긴 시간동안 희노애락과 생노병사가 늘 함께 했다. 12권에 와서 영욕의 삶을 살아왔던 희봉이를 비롯하여 가환의 어머니 조씨도 묘옥도 보옥의 또 다른 모습 진보옥 등의 사람들을 통해 그 실상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마지막까지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또 다른 모습 또한 함께 공존한다.

잃어버렸던 통령옥이 돌아오고 보옥은 이를 통해 태허환경 신선복지의 들어 그리웠던 사람들 가서, 청문, 우삼저, 진가경, 소상비자, 대옥 만난다. 홍루몽 초기에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하려고 경춘선녀가 보여주었던 금릉십이채정책과 우부책을 다시보고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람의 현실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것은 불가에서 말하는 시절인연이 맞아야 알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자는 홍루몽의 마지막을 끝없는 몰락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다. 긴 겨울 끝에는 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삶이 그러한 굴곡을 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 다시금 회생할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천자의 은혜를 통해 가사, 가진, 설반 등이 가문을 일으킬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홍루몽의 긴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주인공 보옥이 과거에 급제하지만 보채와 아이를 버리고 현실을 벗어난 행보로 결말을 보이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된 상황이기에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마지막 진사은과 가우촌의 대화 역시 어찌되었든지 홍루몽이 보여준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유효한 것이리라.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나온 삶을 되짚어 보면 간밤의 꿈처럼 허망한 것일 수 있음을 보옥의 현실로부터 벗어난 행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홍루몽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에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그 인물들의 특징이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그나마 조금씩 다른 의미를 보여주어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 대옥, 보옥, 보채의 3인방과 희봉, 습인, 설반 등 정도다.

고백하자면 처음 홍루몽을 읽기 시작하면서 중반을 넘어서까지 <홍루몽>이 나타난 뒤로 전통적인 사상과 작법이 모두 타파되었다.(루쉰) <홍루몽>은 적어도 다섯 번은 읽어야 한다.(마오쩌둥)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 부분에 이르러 내가 홍루몽을 읽어가는 시각이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다시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특색을 살피는 과정에서 다소나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홍루몽을 통해 우리와 한 문화권을 형성한 중국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와 같은 한자문화와 유교문화의 영향아래 있었던 두 나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대단했다. 더불어 소설 속 삽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돈방의 사실적인 그림을 통해 알게 된 점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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