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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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책을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삼고 있는 사람으로 새로운 저자를 만난다는 의미는 곧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저자들의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기에 기존에 알고 있는 여타 다른 세상과는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일본 문학이 강세를 이루는 우리의 현실에서 새로운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그 중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싶다. 한국의 이상과 비교된다면 그의 행적과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시각은 작품을 대하기 전부터 관심거리가 될 충분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을 대표하는 단편작가로 도쿄 출신이며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는 작가의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노년, 라쇼몽, 코 등이 있다.

라쇼몽은 문예출판사에 의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라쇼몽, 코, 두 통의 편지, 지옥변, 귤, 늪지, 의혹, 미생의 믿음, 가을, 묘한 이야기, 버려진 아이, 남경의 그리스도, 덤불 속, 오도미의 정조, 인사, 흙 한 덩어리, 세 개의 창에 이르는 17개의 단편이 실려 있어 저자의 진면목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된다.

[라쇼몽]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하고 있다. 저자가 다루는 주제 역시 삶과 죽음을 비롯하여 사람들의 삶 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측면이 강하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면이 다분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여러 가지 소설적 기법을 이용하여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애써 적극적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 저자는 그렇게 눈이 확연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어두운 측면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라쇼몽의 하인이나 늙은 여자, 부부의 도플갱어, 지극히 사랑한 딸의 죽음 앞에 선 화가 요시히데라, 창녀를 통해 선과 악을 바라보는 남경의 그리스도 등 지극히 어둡고 암울하기만 한 전체적 분위기는 저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혹 저자 자신을 자살로 몰고 간 정신적인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처럼 보여 족자로 하여금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까지 느끼게 한다.

작가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며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들 중 많은 작품들이 작가의 불행하고 암울했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소설이라는 허구적인 장치를 통해서라도 드러날 수밖에 없음 또한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온 몸으로 삶을 살아온 작가들의 사상적 고뇌를 비롯한 체험이 살아 숨 쉬는 작품이야 말로 생명력을 유지하며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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