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9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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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드러나는 엇갈린 운명
홍루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특성은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만큼 그 각각을 특색있게 그려나가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부인과 왕부인의 웃어른 역할, 희봉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상하를 아우르는 점, 시녀를 비롯한 하인들의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 그리고 주인공 3인방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의 미묘한 차이 등이 즐거움을 있다. 9권에 이르러 본격적인 향후 진로를 예상하게 하는 보옥의 모습이 나타난다.

홍루몽 이야기의 한 축을 형성해 가는 임대옥은 다소 신경질적이고 소심하며 감정의 굴곡이 심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이후 가씨 집안 영국부의 분위기에서 가보옥과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좋은 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 결과를 예측하게 만든다. 마음에 담은 사람 보옥을 향한 간절한 마음은 보채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대옥의 모습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가옥이 아프면 보옥도 아파 서로 마음으로 이어지지만 현실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보옥에게 절대적인 권위의 상징인 아버지 가정으로부터 다시 학숙에 들어가 공부를 하라는 하명으로 종전의 모습과는 달리 공부에 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는 가정의 인정을 받는 문제와 더불어 과거에 임해 가씨 집안의 대를 이어가는 측면이 강함을 드러내는 것이리라고 본다. 결혼이라는 상황이 전면에 등장 할 만큼 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주변의 사건들로 인해 아직까지는 비중 있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심중에 보채에게로 기울어지는 면은 대옥과 보옥에게 어떠한 반응을 불러올지 예상이 되는 면이 강하다.

홍루몽의 이야기를 이끌어갔던 가씨 집안 아가씨들의 행보가 달라진다. 결혼을 하고, 몸이 아파 몸조리를 하거나 집안의 사정에 의해 대관원을 떠나고, 공부에 열중하는 등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대관원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던 활달한 흐름이 점차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마음에서 얻은 병은 마음의 약으로 고쳐야 하고
방울을 떼는 건 애초에 방울을 단 사람 몫이리라.

하늘이 정해준 운명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나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살아가는 동안 헤쳐 나가야 할 주인공들의 삶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홍루몽의 악역으로 감초 같은 역할을 했던 설반은 이번에도 사건을 일으키고 만다. 술자리에서 사람을 죽게 만들어 동생 보채를 집안에 머물게 하고 대부인을 비롯한 영국부 어른들의 보채와 보옥의 혼사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뒤로 미루게 한다.

저자 조설근에 의해 진행되어온 이야기가 저자를 달리하여 고악으로 바뀌는 부분이다. 미묘한 차이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맛이 달라지는 면이 있는 듯싶다.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주인공의 혼사문제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이후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9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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