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의 귀재 - 나는 속지 않고 적을 속이고 이기는 전략전술
이송 지음 / 팬덤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고사성어로 중국인의 속내를 들어다 보다
천자의 나라, 세상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중국은 한동안 세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듯 보였다. 그러한 중국이 급속도로 빠른 성장을 보이며 당당하게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는 현재의 모습이며 앞으로 그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을 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토록 놀라운 저력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엄청나게 큰 땅, 그보다 더 커 보이는 인구 때문만은 아니리라.

세계를 두 개의 축으로 구분하던 냉전의 논리가 무너지며 물리적 거리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나라가 중국이다. 역사 이래 중국과 관계를 무시하고는 우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역사 속에서의 위치뿐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와의 최대 교역국이며 중요한 시장이 된 중국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동양의 한자문화권이라는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차이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앞날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그것이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과의 현안을 풀어갈 실마리가 아닐까 한다.

[지략의 귀재]는 중국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적 기조를 살피는 책이다. 손자병법, 삼십육계 등을 통해 중국인들의 근저에 흐르는 사상적 흐름을 찾아보고 현대 중국과의 교류에서 미리 살피는 준비를 하자는 취지이다. 최고의 전략서로 꼽히는 손자병법과 대인관계의 교범이라 부를 삼십육계의 내용을 중심으로 중국 옛 문헌과 현실의 경험을 비교, 분석하고 교훈을 얻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계략 편으로 제갈량도 속이는 계략의 36계를 이야기한다. 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여서 바다를 건너라 부터 시작하여 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칼을 숨기고 웃음을 보여라, 23계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곳과는 친교하고 가까운 곳은 공격하라 등으로 36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2부 책략 편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책략의 내용을 말하고 있다. 1책 막수유(莫須有) 아마 그럴 것이다, 15책 초요당편(招搖撞騙) 사방에다 허풍떨고 사기 쳐라 23책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고나면 개는 삶아 먹어라 29책 황작재후(黃雀在后) 뒤에서 노려라 등 총 36책으로 1편과 2편은 모두 어떻게 하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은 이겨야 한다는 말이다.

3부는 지혜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의 내용을 담고 있다. 1혜로 독립자주(獨立自主) 홀로서고 스스로 주인이 되자 3혜 취장보단(取長補短)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자 6혜 자아추소(自我推銷) 자기 자신을 홍보하자 15혜 욕취선여(欲取先與) 가지고 싶으면 먼저 남에게 주어라 31혜 차제발휘(借題發揮) 기회가 오면 자기 생각을 펼쳐라 등 43혜를 담고 있다. 3부 지혜는 1, 2부의 근간이 되는 내용으로 보인다. 싸워서 무조건 이기려면 먼저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고사성어를 통해 현대 중국인들이 사상적 기조를 살펴는 의미에서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그 고사성어의 뜻과 유래를 포함하여 문헌상 나타나는 사례를 찾아 소개하고 있는데 옛 문헌 속의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내용의 중복이 많다. 나온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는 말이다. 다소 지루해지는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30여 년간 중국시장 개척과 조사업무를 담당했던 코트라 다렌 비즈니스 센터장으로 중국인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그 내용의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만큼 현실감이 묻어난다. 이는 좋은 의미로 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32계, 32책, 43혜는 모두 속이든 빼앗든 어떻게 해서든지 상대를 이여야 한다는 명제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래야만 자신은 속지 않고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현대 중국의 발전 근저에는 이러한 사상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비교 분석한다. 그 기준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볼 때 중국은 글자 하나하나에 뜻이 담긴 표의문자를 쓰기에 의미를 함축적으로 빠르게 전달 할 수 있는데 반해 글자 여러 글자가 모여 뜻을 이루는 표음문자를 쓰는 우리나라가 감정적이고 의미 전달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은 계산적이며 수리적이어서 감정적인 우리나라 사람이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중국 만리장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의심의 장벽, 존심의 장벽, 전략의 장벽이라고 보며 중국인들은 수없이 전쟁을 치러온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의심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들의 역사, 문화, 언어 등에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해 겉모습만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고 또한 한국인이 가지지 못하는 전략이라는 장벽이 있다고 한다.

다년간의 중국인들과의 실무접촉을 통해 얻은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 중국인들과의 교류에서 중국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한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하였을 때 그 관계는 깊어질 것이라는 의미에서도 저자의 말에 공감을 표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이기기 위한 관계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너무 한쪽 시각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전쟁을 치루는 것 같은 삭막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모든 관계를 이것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면 세상살이가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발견된 오자 : 과거 제왕와 왕자 → 과거 제왕과 왕자(203페이지), 31계 → 31혜(33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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