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국을 이끈 역사 속 명저 - 옛 책 속을 거닐며 미래를 여행하다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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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책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는 즐거움
역사 속 인물을 찾아 탐구하는 여행길에 서면 선조들의 놀라운 업적이 늘 반갑다. 열악한사회적 환경과 기술문명의 미흡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의아심마저 일어난다. 특히 조선시대 성리학이 학문의 주류로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고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비교적 학문의 접근에 자유스러웠던 양반들의 무시와 때론 천대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학문에 대한 열정은 더욱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사회 정치적 분위기에 묻혀 점점 잊혀져가고 있음을 알게 될 때마다 마음 한구석 무거움이 있다. 선조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을 현대 사람들이 어떤 자세와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때 이종호 교수의 [과학 한국을 이끈 역사 속 명저]는 의미심장한 출판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2003년 우리 역사에서 과학기술의 업적과 활동이 뛰어난 인물을 기리기 위해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업적을 밝혀 놓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뽑은 8가지 저작을 중심으로 또 다른 명저를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뽑은 저작으로는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관한 유일한 기록이며 세계 4대 여행기로 꼽히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열하일기), 세계적인 천문학의 과학적 보고인 이순지의 칠정산(의산문답), 세계 최초 온실에 대한 기록과 서민들의 식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작물의 재배 방법과 음식조리법까지 담고 있는 전순의의 산가요록(음식디미방 ․ 규합총서), 세계 3대 중국 시행기라 평가받고 있으며 조선 선비의 자긍심을 보인 최부의 표해록(문순득의 표해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허준의 동의보감(향약집성방 ․ 의방유취), 우리나라 해양생물학의 신기원을 연 정약전의 자산어보(우해이어보), 우리나라 최초 문화백가사전인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오주연문장전산고), 조선시대 최고, 최대의 목판본 전국 지도인 김정호의 대동여지도(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등 8가지의 뛰어난 업적을 담은 저작물들이다.

괄호 안의 제목들은 이 책에서 또 다른 명저로 함께 설명되어진 비슷한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저작물들이다. 주요 8가지 저작물에 결코 뒤지지 않을 가치를 지닌 저작물들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책(의산문답, 우해이어보, 오주연문장전산고 등)들을 중심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책들 간의 상호관계성까지 살피고 있어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저자인 이규경은 정조 때 사람 이덕무의 손자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지구전도의 최한기 등 조선후기 실학자들과의 교류를 살펴봄으로써 당시 시대정신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재목의 저작들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아 이런 저작물과 사람이 있었나 싶은 것들도 있다. 저자는 각각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물이 담고 있는 구체적 내용을 본문까지 참고해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시 어떤 배경으로 저작물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시대상황과 국제적인 가치까지 살피며 나아가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근현대에 들어 세계 권력의 중심이 서양으로 재편되며 동양의 뛰어난 문화유산이 상대적으로 저급한 문화와 과학기술로 평가되어 온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점차 동양문화의 우수성이 밝혀지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살피듯 세계 어느 나라 누구보다 뛰어난 문화유산을 가진 민족이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가 그것들이 가진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요즘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유산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그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산이 가지는 가치와 의의를 현대의 눈으로 다시보기 시작했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어 심심한 응원이나마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옛 책속에서 찾아낸 선조들의 열정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의 미래를 희망으로 가꿔갈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오자 : 284페이지 정양전은 1814년 → 정약전은 18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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