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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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속에 담은 뜻 - 제왕으로 가는 길, 입학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오늘날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목소리를 높인지도 오래되었다. 오늘 당장의 결과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아쉽다.

나는 우리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유, 무형의 문화유산과 더불어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 역시 늘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역사의 중심엔 권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권력을 둘러싼 다툼과 그에 얽힌 이야기 중 단연코 왕권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절대왕권의 나라에서 왕은 어떻게 만들어 지며 왕에서 왕으로 이어지는 권력은 어떻게 준비되는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제왕학,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의 안위를 살피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는 왕이 되기 위한 출발 바로 그것이다.

[왕세자의 입학식]은 그런 왕위의 계승자가 왕으로써 갖춰야 할 소양을 쌓는 출발점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왕세자들이 입학하는 입학례를 중심으로 제왕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왕세자입학도첩(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을 통해 상세하게 살피고 있다.

우선 왕세자의 입학식 풍경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홉 살 어린나이 효명세자는 엄격한 절차에 의거하여 궁궐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자의 문묘에 술을 올려 신고하고 박사를 앞에 꿇어앉아 소학을 문답하고 다시 궁으로 돌아오는 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조선의 예법과 절차에 관하여 기록한 책 [국조오례의]에 의거해서 차기 왕으로 내정된 왕세자의 품위에 맞는 격식과 내용을 겸비한 행해지는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다.

저자는 입학식이 전 과정이 담긴 왕세자입학도첩의 각 그림들을 상세히 관찰하고 왕세자의 구채적인 행보와 참여하는 사람 그리고 그에 담긴 의미와 뒷이야기까지를 이야기 한다. 유교를 중심으로 한 조선에서 최고 가치는 유학의 가르침이었다. 그에 따라 유학을 가르치는 중심 성균관의 위상이 어느 때 보다 높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입학식에 환관이 어린 왕세자를 보필하기 위해 참석하는 것도 막을 정도였다. 이는 당연하게 공자의 유학의 근간인 부자, 군신, 장유의 예를 지켜는 명분이며 조선을 유지하고 지탱해온 근간에 대한 출발로 보았다고 평가한다.

차기 왕위를 이어갈 왕세자에 대한 교육은 일찍부터 시작한다. 시강원이 설치되고 원로대신을 스승으로 모셔 왕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을 배운다. 하루 종일 강의와 학습으로 이어지는 일상에 매월 두 차례 치러지는 회강에선 임금을 비롯하여 시강원 사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배운 교육의 결과를 평가받기도 했다.

[왕세자의 입학식]을 통해 저자는 왕세자의 입학식 풍경 뿐 아니라 입학례가 치러지는 전후 과정을 살펴 왕세자의 입학례가 가지는 의미를 더 자세하게 밝힌다. 입학례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왕이 선물을 준다거나 별시를 통해 관리를 선발하고 범죄자들을 사면하는 등 전 국가적으로 왕세자의 입학례를 통해 온 나라가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과 왕의 나라에서 후계자의 성장이 가지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또한 왕들의 왕세자에 대한 부모의 애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시대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모마음의 따스함을 알 수 있다.

왕세자의 입학식이라고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입학식 장면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중심이다. 형식에 치우친 면이 아쉽다는 말이다. 성균관 입학례에 박사와 대면하는 교육에서 언급되는 소학과 대학이 다뤄지긴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교육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더 상세하게 언급되었다면 왕세자의 제왕학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역사책이나 드라마에서 평생 학문을 연구한 학자들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원로대신들과 학문과 정책을 나누는 왕들의 모습에서 어떻게 공부했기에 이럴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세종이나 영조, 정조를 비롯한 왕들의 모습은 그들 한 사람의 노력뿐 아니라 학문을 중요시 여기는 조선의 제왕학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보게 된다.

스승 앞에선 책상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까다로운 격식이 요구되는 입학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학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왕이 갖춰야 할 성군의 기본 소양과 자질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이어져오며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랜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근간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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