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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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성록에 담긴 퇴계의 마음공부법
오늘날 공부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사용이 될까? 파행적인 공교육, 입시위주의 학교 수업에 의해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의 공부는 지식습득 위주로 대학입시와 취업에 메어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면면이 이어온 우리 선조들의 공부는 마음공부였다. 일체만물의 근원인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공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강압에 의한 급속한 근대화를 이뤄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공부에 대한 성찰을 이어받지 못하고 서구의 교육에 대한 정책을 근간으로 교육제도를 만들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함양과 체찰]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성이며 학자인 퇴계 이황의 생애를 살펴보고 그가 온 생애를 통틀어 심혈을 쏟았던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인 여러 학자들과 나눈 편지글 모음인 자성록을 담았다. 퇴계 이황은 경북 안동의 시골마을에서 8남매 막내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일찍 학문에 뜻을 두고 이웃집 할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우고 삼촌인 송공재에게 논어를 배웠다.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늦은 나이에 과거를 보고 관직에 진출하게 된다. 관직에 들어서 청렴하고 강직한 품성으로 임했으며 이후 학문에 뜻을 펼치고자 하는 마음과 몸에 병을 얻어 사직하고 향리에 돌아와 학문에 정진한다. 그 후로도 매번 임금의 부름으로 출사하지만 이내 사퇴하고 만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욕하기 쉽다. 과부가 어떻게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한다. 그러니 너희들은 남보다 백 배 더 공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본문 17페이지)

이러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퇴계 이황에게 효와 충 그리고 도덕에 대한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게 한 요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자 이후의 첫 번째 가는 사람’이라는 일본 학자 야마자끼 안사이의 말에서 퇴계 이황의 학문적 업적을 잘 알 수 있다.

이 책 [함양과 체찰]의 중심은 아무래도 [자성록]이다. 자성록은 당대 학문에 뜻을 둔 학자들과 퇴계 이황이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아 이황이 직접 편찬한 책이다. 그 자성록을 저자가 새롭게 분류하고 엮었다. 여기에는 기대승, 황중거, 정자중, 권호문, 이이 등을 비롯하여 많은 문인들과의 교류가 잘 나타나고 있다. 나이 차이를 불문하고 학문에 뜻을 이뤄가는 도중 서로 의문되는 문제를 논하거나 차이를 검증하기도 하고 이황에게 문의하는 등이 주 내용이지만 이를 대하는 이황의 태도는 너무나 솔직한 모습들이 보인다. 엄중한 신분세계지만 그에 메이지 않고 오직 공부하는 마음에 뜻을 펼치는 이황과 당대 문인들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퇴계 이황의 공부법의 중심엔 함양과 체질이 있다. 함양이란 능력이나 품성을 기르고 닦는다는 뜻이며 체찰은 몸소 자세히 살펴봄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오늘날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되어 있는 공부의 의미를 살피게 하며 인생의 전 과정을 통해 이뤄야 할 과제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스스로를 살필 기회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공부란 무엇이며 어떤 자세로 공부에 임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자성록 뿐 아니라 활인심방과 수신십훈 등 퇴계 이황의 몸소 실천했던 가르침을 실어놓아 그의 삶과 철학을 살필 수 있게 한다.

퇴계 이황 탄생 5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를 기념하여 만든 이 책은 공들여 만들었음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책의 장정도 그렇지만 내용의 구성이나 편집 역시 내용을 이해하고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중간 중간 퇴계 이황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시가 있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자성록에 이황의 답글 만 있다는 점이다. 문의 서한이 함께 실렸다면 그 답글이 한층 빛나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문예출판사)의 저자 E.F. 슈마허는 인간소외, 인간성 말살, 경제원리, 빈부의 격차, 부의 편중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교육을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는 교육의 중심은 인간성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간성 개발이다. 이는 공부에 대해 그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는 현실에서 대안의 마련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제 현대인에게 거의 잊혀진 학자 하지만 세계인이 주목하는 퇴계 이황의 청렴한 지성인의 삶과 학문적 성과를 살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거울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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