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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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에 담긴 추억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누구나 한가지씩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추억의 요소는 자라온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민족이 걸어온 길어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장일변도의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삶의 터전인 농촌이 해체되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피폐해져 온 지난, 시간 우리 내 삶 깊숙하게 자리 잡은 마음속 고향 같은 그 무엇들이 있기에 지금껏 견뎌오며 삶을 꾸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농업이 기반이었던 우리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소’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지난해 그 소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한편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워낙 가진 것이 없던 시절 소는 가족의 미래를 보장하는 소중한 가치였다. 물론 든든한 일꾼이었고 살뜰한 마음을 나누는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워낭]은 소와 사람이 꾸려왔던 우리 근현대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변하는 동안 함께 겪어왔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소를 매개로 소와 가족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깊은 시골 남과 북이 하나이던 시절 바깥세상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곳인 우추리 차무집 외양간에 어느 날, 어미와 생이별한 그릿소가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릿소에서 출발하여 흰별소, 미륵소, 버들소, 화둥불소, 흥걸소, 외뿔소, 콩죽소, 무명소, 검은눈소, 우라리소, 반제기소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소와 사람을 이어줬던 워낭이 있다. 워낭소리는 소 워낭에서 울리는 단순한 소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와 소, 소와 사람을 이어주는 끈끈한 매개였다.

갑신정변이후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전쟁을 치루고 산업화의 거센 물결을 거쳐 오는 동안 삶의 근거가 변해오고 사람들의 삶 또한 많은 변화를 보인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 누릿소에서 시작된 소가 12대를 내려오는 동안 차무집 사람은 4대를 이어왔다. 그리고 아들과 아들에 이어 손자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에 촛불을 든 모습으로 이어 온다.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던 시절 소가 갖는 의미는 우직함, 일꾼, 가족의 일원 등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워낭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소와 사람으로 중첩되어 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지난 시간 속 흐름이 삶의 중첩으로 나타나기에 소든 사람이든 모두가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소도 변했고 사회도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 이제 그 소가 의미하는 가치는 많이도 달라졌지만 영화 워낭소리가 그토록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듯 소는 여전히 우리민족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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